한국노총 산하 삼성전자 노조 공식 출범…"퇴사권고 막겠다"

입력 2019-11-16 16:58   수정 2019-11-16 17:21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삼성전자 노조가 16일 공식 출범했다. 이미 3개의 소규모 노조가 있지만, 양대 노총 산하 노조가 들어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윤석 삼성전자 노조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전자 노조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진 위원장은 "노동자의 권익은 우리 스스로 노력하고 쟁취하는 것이지, 결코 회사가 시혜를 베풀 듯 챙겨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깨달아야 한다"며 "우리는 진정한 노동조합 설립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전자의 영광은 회사에 청춘과 인생을 바친 선배들과 밤낮없이 일하는 동료 여러분 모두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하지만 회사는 모든 성공을 경영진의 혜안과 탁월한 경영 능력에 의한 신화로만 포장하며 그들만의 축제를 벌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들이 축제를 벌일 때 내 몸보다 납기일이 우선이었던 우리는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죽어갔고 살인적인 근무 여건과 불합리한 처사를 견디지 못하고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권 없는 노조 △상시 감시받고 쉽게 집행부가 교체되는 노조 △일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노조 △제대로 일하는 노조 △상생과 투쟁을 양손에 쥐는 노조 △협력사와 함께하는 노조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협력사의 노조 설립도 지원할 계획이다. △급여와 성과급 등의 산정 근거와 기준을 명확히 밝혀 따질 것 △고과와 승진이 회사의 '무기'로 쓰이는 것을 막을 것 △노동자를 '헌신짝' 취급하는 퇴사 권고를 막을 것 △소통과 설득 없이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사내 문화를 바꿀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 11일 고용노동부에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고 노동부는 13일 노조 설립 신고증을 교부해 합법적인 노조로 인정했다.

이에 삼성전자 노조는 단체교섭을 포함한 노동조합법에 규정된 노조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 노조는 정확한 조합원 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대략 500명 수준으로 전해진다.

노조는 조합원 수를 늘리기 위해 오는 18일부터 조직화에 나선다. 삼성전자 전 사업장에서 동시다발 선전전을 벌일 계획이다. 진 위원장은 1차 목표로 조합원 1만명 달성을 제시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조합원 수가 일정 규모에 도달하면 사측에 정식으로 교섭을 요구할 계획이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삼성전자 노조 출범은) 한국 사회에 더는 '무노조 경영'이나 '반(反)노조 경영'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을 의미한다"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기업 문화의 정착이 시작되는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노조의 상급 단체인 금속노련의 김만재 위원장은 "삼성 재벌이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 지배·개입을 획책하거나 부당노동행위를 일삼는다면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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