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폭등 없고 장기거주 가능…임대사업자 물건, 더 비싸도 '인기'

입력 2019-11-17 16:42   수정 2019-11-18 02:57

대규모 입주가 진행 중인 서울 강동구 고덕지구에서 임대사업자 전세 매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임대사업자 전세 매물이 일반 매물보다 5000만원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17일 고덕·상일동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고덕지구에서 전용면적 59㎡ 기준으로 일반과 임대사업자 매물의 전세 호가 차이가 적게는 2000만~3000만원에서, 많게는 5000만원까지 벌어졌다. 고덕센트럴아이파크(옛 고덕주공5단지) 59㎡의 경우 임대사업자 매물의 전세호가는 4억3000만~4억5000만원, 일반 매물 전세호가는 4억~4억2000만원 정도다. 고덕동 T 공인 관계자는 “임대사업자 매물은 전체의 10% 정도에 불과하다”며 “물량이 적고 가격도 비싸지만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지난 9월 입주를 시작한 고덕그라시움 전세가도 비슷한 양상이다. 임대사업자 매물(전용 59㎡)은 최근 4억6500만원에 실거래됐지만 일반매물은 4억2000만원에 주인을 만났다. 임대사업자 매물이 일반 매물보다 4500만원 정도 비싸게 거래됐다.

이처럼 임대사업자 매물이 인기를 끄는 것은 임차료 폭등 걱정 없이 장기 거주가 가능해서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계약 갱신 시 전세가를 최대 5%까지밖에 올리지 못한다. 올해 2월 12일 이후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거나 갱신·계약하는 경우가 대상이다. 보유세 양도세 등의 혜택을 주는 대신 임대료 상승폭을 제한한 것이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대규모 입주가 몰린 지역에선 초기 전세 시세가 주변 시세 대비 턱없이 낮게 형성된다”며 “임대사업자 매물을 잡으면 장기간 저렴한 가격에 거주할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고덕지구에선 올해 9월 그라시움을 시작으로 내년 2월까지 1만2602가구가 입주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임대사업자들은 입주 시 전세가격을 최대한 높이려고 노력한다. 그렇지 않으면 장기간 주변 시세 이하 수준에 전세를 놔야 하기 때문이다. 고덕동 G 공인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아파트 신규 공급이 끊길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임대인들이 느긋해졌다”며 “대규모 입주에도 불구하고 전세 호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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