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워크는 IPO 철회, 우버 시총 급감…공유경제 거품인가

입력 2019-11-17 17:39   수정 2020-02-15 00:02

글로벌 공유경제업계가 위기를 겪고 있다. 대표 공유경제 기업들의 가치가 최근 크게 쪼그라들면서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건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다. 1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기업 가치가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차량 공유업체 우버와 리프트도 좋지 않다. 두 기업 모두 올 상반기 대비 시가총액이 40%가량씩 빠졌다.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의 가치에 의문을 품는 투자자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공유경제 업체가 줄줄이 기업공개(IPO)에 나선 것이 이들의 가치를 꼼꼼히 살펴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IPO를 계기로 공유경제업계의 고질적 문제인 ‘고비용·저수익’ 사업 모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IPO 시장에서 공유경제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이 맥을 못 추고 있는 이유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미래 가치에 대한 과장된 홍보를 통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것으로 연명해오던 공유경제업계의 구조적 모순이 낱낱이 까발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유경제 유니콘의 위기

위워크는 올 들어 약 10개월 만에 기업 가치가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 1월 일본 소프트뱅크는 위워크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이 회사의 기업 가치를 470억달러(약 54조5000억원)로 평가했다. 그러나 소프트뱅크가 지난달 말 현금난에 시달리는 위워크의 파산을 막기 위해 ‘구제금융’을 제공할 때는 기업 가치를 80억달러(약 9조원)로 대폭 낮춰 잡았다.

위워크의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위워크는 작년 순손실(19억달러)이 매출인 18억달러(약 2조1000억원)를 크게 웃돌았다. 외신들은 막대한 임차료를 수반하는 위워크의 사업모델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버는 지난 5월 뉴욕증시 상장 당시 기업 가치가 820억달러(약 95조7000억원)로 추산됐지만 현재 528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실적 악화가 기업 가치 하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우버는 올 3분기 11억6000만달러(약 1조35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냈다고 지난 4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의 손실폭(9억8600만달러)을 크게 웃돌았다. 우버는 비용 절감을 위해 대규모 감원을 하고 있다. 지난달엔 직원 350명을 해고한다고 밝혔다. 최근 석 달간 나온 세 번째 구조조정 조치였다. 우버는 7월 400명, 9월 435명을 해고했다.

비공개 기업인 에어비앤비의 기업 가치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에어비앤비가 외형 확장을 위해 마케팅에 큰돈을 쏟아부으면서 실적이 나빠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 1분기 에어비앤비의 마케팅 부문 투자액은 작년 동기 대비 58% 늘어난 3억6700만달러(약 4300억원)였다.


IPO 계기로 실상 드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공유경제 기업들이 IPO를 전후해 가치가 폭락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IPO가 공유경제 기업들의 몰락을 초래하고 있다”고 했다. 가장 먼저 IPO에 나선 우버와 리프트는 주가가 연일 하락세다. 지난 15일 종가 기준으로 우버는 올 5월 상장 당시에 비해 주가가 38% 떨어졌다. 3월 나스닥에 상장한 리프트의 공모가 대비 주가 하락폭은 42%다.

IPO 관련 문제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기업은 위워크다. 위워크는 9월 IPO를 추진했으나 불안한 재무구조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연기했고 이후 상장 계획을 결국 철회했다. IPO 연기와 철회로 위워크의 사업성에 의문을 던지는 투자자가 많아졌고, 이는 기업 가치 평가액을 큰 폭으로 줄어들게 했다.

위워크는 IPO 추진을 계기로 회사의 수익성이 극히 낮은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위워크는 매년 연매출과 순손실액 규모가 비슷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에도 1~3분기 순손실이 21억5500만달러(약 2조5000억원)에 달해 같은 기간 매출(24억6900만달러)에 가까운 수준이다.

IPO 추진을 전후해 애덤 뉴먼 전 위워크 최고경영자(CEO) 겸 창업자의 문제적 행동들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가 최고급 개인 제트 전용기, 메르세데스벤츠의 최고급 승용차 마이바흐를 개인용으로 몰고 다닌 데다 마리화나 중독자라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그는 결국 투자자와 이사회로부터 쫓겨났다. 그럼에도 최근 소프트뱅크의 구제금융으로 뉴먼 전 CEO가 17억달러(약 2조원)가량을 퇴직금 등으로 챙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유경제 기업들 사이에서는 IPO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당초 올해 상장할 것으로 알려졌던 에어비앤비는 내년 이후 상장으로 계획을 바꿨다. 중국의 차량 공유업체 디디추싱도 올해 미국에서 IPO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최근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커지는 ‘거품론’

외신들은 시장에서 공유경제업계 가치를 전면 재평가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간 투자자는 공유경제 스타트업의 내실보다 미래 청사진만 보고 큰돈을 쉽게 투자했다”며 “이는 장기간 지속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라이브퍼슨을 1995년 창립해 운영하는 로버트 로카시오 CEO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요즘 스타트업들은 초반에 쉽게 수십억달러의 투자를 받아내면서 영웅 대접을 받지만 정작 증시 상장을 앞두고 수익모델을 검토해보면 실제 기업 가치가 크게 줄어드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다만 공유경제업계의 미래가 암울하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선전에 기반을 둔 투자회사인 JG인베스트먼트의 구이자오유 대표는 “IPO를 통해 공유경제 기업의 가치 평가가 새롭게 진행되고 있을 뿐이며 이것이 공유경제 몰락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도 상장 이후 초기 5년간은 매우 힘들었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우버는 높은 수익성을 보여줄 것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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