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 구조화채권에 꽂힌 보험사들

입력 2019-11-18 15:37   수정 2019-11-18 15:38


보험회사들이 글로벌 사모펀드(PEF)가 내놓는 구조화채권 상품 투자를 늘리고 있다. 저금리와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 17) 도입으로 자산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험사들이 투자 대안의 하나로 글로벌 PEF의 구조화채권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보험사 열 곳이 한 금융상품에 몰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을 비롯한 국내 보험사 열 곳은 최근 KKR이 판매한 30년 만기 구조화채권인 ‘REIGN(수익강화투자등급채권: return-enhanced investment grade notes)’에 6000억원을 투자했다. KKR은 미국 일본 등을 포함한 세계에서 이번 구조화채권을 총 1조9000억원어치 판매했다. 이 중 약 30%에 해당하는 물량을 한국 보험사가 받아간 것이다. DB금융투자가 한국 판매 주관을 맡았다.

REIGN은 만기 30년의 초장기채와 KKR이 보유한 바이아웃·부동산 등 대체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해 발행한 유동화증권을 결합,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도록 설계한 구조화채권이다. 전체 포트폴리오의 약 40%는 30년 뒤 원금을 보장하는 제로 쿠폰 할인채, 약 10%는 머니마켓펀드와 미국 국채 등에 투자해 안정성을 높였다. 나머지 50%는 KKR이 발행한 유동화증권에 투자한다. 과거 KKR이 운용한 펀드들의 투자수익률(IRR)이 연평균 20%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구조화채권은 연간 10% 안팎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구조화채권 투자 증가할 듯

세계적으로 보험사들은 자산 운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어서다. 보험사들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PEF, 인프라, 부동산 등 대체투자 비중을 높여나갈 수밖에 없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과제다. 자산별로 위험가중치를 매겨 보험사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위험기준자기자본(RBC: risk based capital) 비율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체자산은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가중치가 부여된다.

여기에 2022년부터 보험사에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 17)이 적용될 예정이라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보험 부채를 원가가 아니라 시가로 평가해야 해서다. 앞으로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평가 손실이 증가하고 이는 다시 RBC 비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올초 KKR은 보험사들의 이런 어려움을 반영해 이번 구조화채권을 설계했다. 보험사들이 REIGN에 투자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채권과 사모펀드·부동산 등 대체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하지만 REIGN은 신용등급을 부여받은 채권으로 간주돼 보험사들은 직접 대체자산에 투자할 때에 비해 RBC 비율을 낮추는 효과를 볼 수 있다. REIGN은 미국 내 신용평가사들로부터 A등급을 받았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속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인하하면서 30년 만기 채권의 가격이 높아졌다. 이 탓에 구조화채권 기대수익률도 다소 낮아졌지만 국내 보험사들은 여전히 구조화채권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PEF 구조화채권의 수익성이 다소 떨어졌지만 리스크(위험)에 비해 여전히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 구조화채권

원금 또는 이자가 금리 환율 주가 상품가격 등 기초자산과 연동해 결정되도록 설계된 채권. 원금, 액면이자, 만기를 투자자 성향에 맞게 구조화 한 상품으로 채권과 파생상품이 결합돼 만들어진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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