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손을 맞잡았다.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과 일본 포털업체 '야후재팬'이 경영통합을 선언하며 아시아 최대 인공지능(AI) 기업으로의 도약에 나섰다..
글로벌 IT 생태계가 미국과 중국으로 재편된 상황에서 한일 동맹이 시장 판도를 뒤흔들 수 있을지 기대감이 고조된다.
라인은 18일 오전 야후 재팬을 운영하는 Z홀딩스와 경영통합에 관한 공동 이해를 바탕으로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본 계약은 오는 12월 중 체결할 예정이다.
라인은 양사가 핀테크 영역에서 긴밀한 연대를 구축해 현금 없는 사회(캐시리스) 시대의 새로운 사용 경험을 제공하고 기술을 바탕으로 한 신규 사업에 진출, 미래 성장을 위한 시너지를 도모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 네이버, 소프트뱅크 50%씩 출자해 합작사 설립
경영통합은 알려진 바와 같이 라인과 Z홀딩스의 모회사인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씩 출자해 신규법인(합작사)을 설립, Z홀딩스의 공동 최대 주주가 된다.
Z홀딩스는 메신저 플랫폼인 라인, 포털인 야후재팬, 커머스 플랫폼인 야후쇼핑과 조조, 금융서비스인 재팬넷뱅크 등을 산하에 둔다.
네이버가 이날 공시한 기본합의서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의 보통주(미국 예탁증권 포함), 신주예약권, 신주예약권부사채를 공개매수할 계획이다. 공개매수로 주식 전부를 취득하지 못하면 주식병합을 이용해 라인을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보유하는 회사로 만든 후 상장 폐지한다.
이후 조직개편 등에 따라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Z홀딩스 주식 전부를 라인으로 이관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한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대 50 비율로 라인의 의결권을 보유하고 라인을 합작회사로 하기 위해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사이에 라인의 지분을 조정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라인은 소프트뱅크의 연결자회사가 된다.
라인의 전체 사업을 Z홀딩스로 이관하고, Z홀딩스를 통합지주회사로 만들기 위한 작업도 이어진다. 라인운영회사에 라인의 전체 사업을 승계시키는 흡수분할을 진행하고 Z홀딩스를 완전모회사, 라인운영회사를 완전자회사로 하는 주식교환을 실시한다. Z홀딩스는 라인 운영회사 주식 1주당 Z홀딩스 주식 11.75주의 비율로 Z홀딩스 주식을 교부한다.
라인은 "일본 및 아시아 최대의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시너지 창출을 통한 미래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와 경쟁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새로운 기술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이번 경영통합이 핀테크 분야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기술을 통한 새로운 사업영역 진출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 이용자만 1억3200만명…아시아 최대 IT 공룡 등장
한국 및 일본 IT업계는 이용자 1억명 규모의 아시아 최대 디지털 플랫폼의 탄생에 집중하고 있다. 라인(8200만 명)과 야후재팬(5000만 명)의 이용자를 더하면 1억3200만 명에 달한다.
합작사가 검색 서비스부터 온라인 메신저, 인터넷 통신, AI, 금융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업을 전개하면 일본 내 인터넷 산업 판도을 완전히 뒤흔들 것으로 전망된다.
전통적으로 현금 소비가 강한 일본은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전후해 '현금 없는 사회' 진입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양사가 핀테크 영역에서 긴밀한 연대를 구축해 캐시리스 시대의 새로운 사용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이유도 일본의 이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현재 라인과 야후재팬은 각각 '라인페이', '페이페이'로 일본 내 간편결제 시장 1, 2위를 다투고 있다. 시장 선두기업이 합병을 결정한 만큼 일본 내에서는 다른 적수가 없는 셈이다.
양사의 체력과 기술이라면 일본 시장은 물론 미국과 중국의 초대형 플랫폼에 대항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 가능하리라는 평가도 이어진다.
Z홀딩스와 라인의 작년 매출은 각각 9547억엔(약 10조2548억원)과 2071억엔(약 2조2245억원). 두 회사가 합병하면 일본 인터넷 기업 라쿠텐을 제치고 매출 1위에 오른다. 시가총액은 Z홀딩스가 1조8518억엔(약 19조8909억원), 라인이 1조1048억엔(약 11조8671억원)에 달한다.
국내 IT업계 관계자는 "라인과 야후재팬의 합병은 합작사뿐만 아니라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두 기업의 세계 시장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 유럽 시장 공략도 노려볼 만 하다"고 평가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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