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공기업이 경영 실적 악화에도 성과급 잔치를 벌일 수 있었던 이유는 정부가 공공기관 경영평가 때 재무관리 비중을 확 낮췄기 때문이다. 2017년도 경영평가 때만 해도 재무예산관리 평가가 100점 만점에 10점이었다. 하지만 2018년도 평가에선 인적자원관리 지표와 통합되며 5점으로 줄었다. 부채 감축 평가(1.5점)는 아예 제외됐다. 건보공단과 한전은 각각 현 정부 들어 ‘문재인 케어’, ‘탈원전 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실적이 나빠졌다. “정부 정책 코드를 맞추느라 생긴 적자를 면책해주겠다는 메시지”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는 대신 일자리 창출(7점), 균등한 기회와 사회통합(4점), 안전 및 환경(3점) 등의 지표를 새로 만들었다. 적자를 많이 내도 고용을 늘리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많이 전환하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건보공단은 작년 3조원이 넘는 적자를 내면서도 1108명을 신규 채용하고 비정규직 636명을 정규직으로 바꿨다.
‘경영평가를 통한 공기업 길들이기’는 현 집권 여당이 야당 시절 줄기차게 비판했던 점이라는 데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 때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을 수행하느라 부채가 급증했다. 그럼에도 당시 기획재정부는 수자원공사에 2008~2011년 4년간 내내 A등급을 줬다.
정부는 내년에 시행할 2019년도 경영평가에선 일자리 창출이 포함된 ‘사회적 가치’ 배점을 22점에서 24점으로 올리기로 했다. 공공기관의 정책 코드 맞추기가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건보공단은 민간 위탁업체 콜센터 직원 1500여 명을 내부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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