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프리퀀시 5개를 5000원에 사고 싶어요.’(서울대 온라인 카페 스누라이프)
이달 들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이다. 스타벅스 연말 행사인 ‘플래너(다이어리) 증정 이벤트’가 시작되자 프리퀀시를 사고판다는 글이 늘고 있다. 프리퀀시는 영어로 ‘빈도’라는 뜻이다. 스타벅스에서는 ‘음료 한 잔 마실 때마다 주는 적립 스티커’를 말한다. 빨간색 3개, 하얀색 14개를 모으면 스타벅스 내년도 다이어리 4종, 혹은 필기구 세트 2종 등 6가지 중 하나를 골라 스타벅스 매장에서 받을 수 있다.
올해는 그린·라이트 블루·퍼플·핑크 등 네 가지 색상으로 다이어리가 출시됐다. 이 중 그린과 라이트 블루는 각각 3만2500원에 구매할 수 있지만 퍼플·핑크 색상은 비매품이다. 독일 필기구 브랜드 ‘라미 세트’ 2종도 마찬가지다. 프리퀀시 적립을 통해서만 받을 수 있다. 스타벅스가 지정한 토피넛 라떼, 홀리데이 민트 초콜릿 등의 스페셜 음료를 마시면 빨간 프리퀀시를, 나머지 일반 음료는 하얀 프리퀀시를 준다.
프리퀀시 이벤트는 2003년 처음 열렸다. 이벤트가 열리는 단 두 달(11·12월) 만에 개인이 음료 17잔을 모두 마시기는 쉽지 않다. 스탬프(도장)를 찍어주는 방식일 때는 다 못 채우고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가 종이 스티커 형태로 프리퀀시를 주자 소비자 가운데 수집가가 생겼다. 프리퀀시 스티커를 모으는 친구가 있다면 몰아주기를 했다.
스타벅스가 2013년부터 프리퀀시 적립 방식을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바코드 방식으로 바꾸자 풍경은 또 달라졌다. 얼굴을 보지 않고도 바코드 번호만 알면 프리퀀시를 양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후 중고거래 온라인 장터에서 시장이 형성됐다.
18일 기준으로 빨간 프리퀀시는 개당 2000~2500원, 하얀 프리퀀시는 1000~1500원에 거래됐다. 빨간색 1개와 하얀색 2개를 맞교환하자는 글도 올라왔다. 프리퀀시 17개가 다 포함된 묶음은 3만5000원 선에 거래됐다. 스타벅스 다이어리보다 더 높은 가격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다이어리를 갖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다 프리퀀시를 모으는 과정 자체가 10~30대 소비자에게는 하나의 게임과 같다”며 “게임이 잘 안 풀릴 때 현금으로 특수 아이템이나 게임머니를 사는 ‘현질’(현금으로 게임 내 유료 캐시 아이템을 구매하는 행위)과 같은 개념”이라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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