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단식선언 당내서도 "쌩뚱맞다"…퇴진론 피하려고?

입력 2019-11-20 11:13   수정 2019-11-20 11:14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오늘(20일) 오후 2시부터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단식투쟁을 시작한다. 명분은 지소미아 파기·선거법·공수처법 저지와 문재인 정부 국정 대전환을 촉구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한국당 내에서조차 이번 단식투쟁 선언이 '쌩뚱맞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1야당 대표가 단식에 들어간 것은 2003년 당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 2009년 당시 민주당 정세균 대표에 이어 처음이다. 두 사람은 각각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 요구, 미디어법 처리 저지를 내걸고 단식을 했었다.

당시와 비교하면 제1야당 대표가 단식투쟁을 해야 할 만큼 급박하거나 국민 관심이 큰 사안이 아니라는 평가다.

황 대표 단식투쟁에 대해 이준석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어르신(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단식 때 경험했지만 누군가 단식하고 누우면 그에 대해 퇴진론이나 책임론을 이야기하면 나쁜 놈이 되어버린다"며 퇴진론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분석했다.

최근 김세연 한국당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황 대표에게 같이 물러나자고 요구했다.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서자 당내에선 황 대표에 대한 퇴진론이 공공연히 거론되던 상황이었다.

반면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한경닷컴과의 통화에서 "퇴진론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분석은 너무 나간 것"이라며 "아직까진 황 대표 체제가 공고해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장 소장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금껏 정치권에서 보지 못했던 패턴이라 해석이 안된다"면서 "오히려 단순하게 분석해야 할 것 같다. 황 대표가 정략적이고 전략적이고 이런 분이 아니다. 정치 오래한 분이 아니다. 황 대표는 지소미아, 패스트트랙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데 영수회담은 안 받아주고, 저번엔 삭발까지 했으니 이번엔 단식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했다.

단식투쟁이 한국당에 도움이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지난번 삭발투쟁은 조국에 대한 국민 분노가 60%가 넘었기 때문에 지지율에 도움이 됐다. 이번에 명분으로 내건 지소미아 등은 오히려 폐기 찬성 여론이 높다. 외연확장에 도움이 안될 것"이라며 "단식투쟁 이후 황 대표 리더십 문제가 불거질 우려까지 있다"고 전망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쌩뚱맞다"면서 "한국당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니까 분위기를 전환해보려는 승부수를 던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황 대표는 야당은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보수 지지층에서도 이런 투쟁 방식을 싫어하는 분들이 많다. 지지층 결집에도 도움이 안될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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