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씨는 입사 4년차인 1999년, 실수로 거래처에 대금을 더 많이 지급한 뒤 이를 무마하려고 사내 회계감사시스템에 거래처에 채무가 있었다고 허위 입력했다. 이후 임씨가 돈을 채워넣지 않았지만 회사는 대금이 초과 지급됐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러자 임씨는 같은 수법으로 회계시스템에 가짜 채무를 만든 뒤 돈을 갚는 것처럼 꾸며 회삿돈을 자신의 계좌로 빼돌렸다. 이렇게 가져간 돈이 2000년 2월 300만원을 시작으로 지난 4월까지 총 2022회에 걸쳐 502억8000만원에 달했다. 그는 횡령한 돈으로 한 달 방값이 900만원 넘는 서울 강남 고급호텔에서 지내며, 유흥주점에서 500만원짜리 술을 마시고, 100만원짜리 수표를 팁으로 쓴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는 5월 감사 과정에서 임씨의 횡령을 발견하고 추궁에 나섰다. 잠적하려던 임씨는 해외 도피에 실패하고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이 그에게 환수한 돈은 피해금액의 1.7%인 8억원에 불과했다. 재판부는 “임씨의 범행은 건전하게 운영돼야 할 회사 시스템의 신뢰를 위협한 범죄로 단순 횡령범행으로 치부할 수 없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중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임씨는 벌금 150억원을 선고받았지만 이를 3년간 일당 약 1500만원의 ‘황제 노역’으로 갚을 수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형법에 따르면 벌금 50억원 이상이면 1000일(통상 3년) 이상의 노역장 유치기간을 정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벌금형을 선고받은 자가 벌금을 내지 않고 노역장에 유치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3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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