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경기 안양 서울소년분류심사원. 비행 청소년을 소년원에 보내기로 결정하기 전, 판사가 상담과 조사를 맡기는 곳이다. 회색 체육복을 입은 중학생 또래 아이들이 노래가 나오자 곧 생각에 잠겼다.
노래를 틀어준 이는 삼성SDS 금융사업부장(부사장)을 지낸 유홍준 고문(사진). 재직 당시 ‘전국 소년원생 정보기술(IT) 경진대회’로 사회공헌을 한 데 이어 퇴직 뒤에는 이들의 ‘인생 멘토’로 나섰다.
그가 “어떤 구절이 가장 마음에 와닿느냐”고 묻자, 한 학생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나 자신을 사랑하는 거야”라는 구절을 꼽았다. “저도 그 부분을 가장 좋아합니다. 남을 사랑하는 것도 결국 나를 사랑할 때 가능하거든요.”
유 고문은 자신도 어린 시절 부모님이 싫어할 행동만 골라 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는 싸움도 잘 했고, 대학에 가서는 머리를 기르고 밴드 활동을 하고 다녔어요. 어머니 말씀은 세 마디 이상 듣기 싫었는데, 회사에 입사해 효도하려고 보니 어머니가 곁에 계시지 않더군요.”
그는 “후회를 최대한 줄이는 게 행복한 삶”이라며 “두 번 다시 지금과 같은 아픈 경험을 하지 않기 위해 뭘 해야 할까를 오늘 밤 자기 전에 고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연이 끝난 뒤 10여 명의 학생이 질문을 쏟아내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
유 고문은 삼성 퇴직 임원들 모임인 성우회 활동의 일환으로 이날 행사를 이끌었다. 함께 참가한 삼성SDS 직원들은 IT 기업이 가진 업(業)의 특성을 살려 학생들을 대상으로 코딩교육을 했다. 한 학생은 “평소 컴퓨터를 좋아했지만 하는 것은 게임뿐이었다”며 “이번에는 ‘학교 종이 땡땡땡’을 코딩으로 연주했는데, 좀 더 실력을 쌓아 나만의 곡을 연주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유 고문은 “1990년대엔 소년원의 PC가 수용 학생들의 사회적 자립에 큰 도움을 줬다”며 “코딩 교육도 아이들이 진로를 찾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S는 내년부터 코딩 교육과 퇴임 임원들의 인생멘토 강연을 확대하기로 했다. 대표이사나 사장으로 퇴임한 임원 모임인 ‘성대회’도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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