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햄버거병' 데인 맥도날드…"억울, 특급호텔보다 깨끗"

입력 2019-11-20 10:36   수정 2019-11-20 10:48



"솔직히 억울한 심정이었어요, 나이드신 근무자 분들도 여기가 특급호텔보다 깨끗하다고 할 정도로 위생을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한국 맥도날드에서 9년 간 일했다는 오지숙 서울 삼성DT점장은 조리주방에서 이같이 밝혔다. 19일 오후 3시 강남구 봉은사로에 있는 삼성DT(드라이브스루)점에서 맥도날드는 최근 다시 불거진 위생 및 '햄버거병(HUS·용혈성요독증후군)' 논란 후유증 차단에 안간힘을 쓰는 분위기였다.

이례적으로 취재진에게 조리 주방을 공개하고, 햄버거 제작 과정을 공개하면서다. 이번 행사 역시 최근 위생 논란이 발단이 됐다. 지난달 말 맥도날드 내부 직원이 패티가 덜 익고, 토마토에 곰팡이가 피었다는 제보가 언론보도로 불거지면서다.


기자는 먼저 삼성DT점 2층에 건자재실부터 살펴봤다. 건자재실은 통상 3일 간격으로 식자재가 채워진다. 먼저 들어온 재료는 먼저 사용하는 '선입선출' 방식으로 운영된다. 냉장실 내 매일우유의 유통기한은 11월26일자로 찍혀있었다. 햄버거 빵과 양파, 양상추가 각각 진공포장돼 있었다. 동그란 모양의 패티는 3장씩 묶여있었는 데 이 역시 진공상태로 보관돼 있었다.

양상추는 총 3번 세척한 뒤 절단한 상태로 들여온다. 토마토는 종이가 깔려있는 트레이 위에 놓여있었다. 꼭지 부분을 엎은 상태로 보관한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토마토를 덜 무르게 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관하는 것"이라며 "한 차례 세척된 토마토지만, 조리 시엔 한 번 더 씻어서 사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 30분마다 손 씻기…튀김기름 하루꼴 '교체'

이어 1층 조리실로 이동했다. 조리실에 들어가기 전 앞치마를 입고, 위생모자를 썼다. 머리카락을 모자 안으로 모두 집어넣었다. 조리실 이동 전엔 각자 손을 씻었다. 김현우 부점장은 조리실에서 먼저 맥도날드 직원들의 손씻는 방법을 시연했다. 조리실 내 세면대 위엔 타이머가 있었다. 김 부점장은 타이머를 누른 뒤 물비누를 손에 짰다. 물비누로 손 뿐 아니라 팔목까지 문질렀다. 삐 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물에 손을 씻었다.

맥도날드 조리실 직원들은 이렇게 30분마다 30초 손을 씻어야 한다. 조리 중에는 늘 투명장갑을 착용한다. 손 씻는 시간을 감안하면 1시간에 2장씩을 사용하는 셈이다.

손을 씻는 곳 옆에는 정수시설이 있었다. 맥도날드는 기존의 물을 한 차례 더 정수해서 사용한다.

감자튀김 맥너겟을 조리하는 튀김기도 엄격하게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맥도날드는 기름 산가가 2.5에 도달하면 교체한다. 국내 식품 위생법에서 정한 3.0 산가 기준보다 엄격하게 관리한다. 오지숙 점장은 "주문량이 얼마나 많으냐에 따라 기름 교체 시기가 다른데 보통 하루에 한 번씩 갈아서 쓰게 된다"고 설명했다.



◇ '햄버거병' 논란 핵심 '패티' 관심 집중

이번 위생 논란에 앞서 맥도날드는 햄버거병 발병 논란에 휩싸였다. 핵심은 버거 속 고기인 패티였다. 2016년 9월 당시 네 살이던 아이가 맥도날드 불고기버거를 먹고 HUS에 걸렸다고 피해자 어머니는 주장했다.

다음해 맥도날드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햄버거 패티 때문에 HUS가 발병했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며 맥도날드를 불기소 처분했다. 피해자 어머니는 맥도날드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고, 2년 여 공방 끝에 현재 양측은 피해 아이의 치료에 전념키로 합의했다. 맥도날드는 지금까지 들어간 치료금액은 물론, 앞으로 아이가 치료와 수술을 받는데 필요한 제반 의료 비용을 지원한다.

사회적 논란이 거셌던 탓에 이날 패티 조리 과정에 취재진 관심도 집중됐다. 패티 근처만 가도 열기로 얼굴이 뜨거워졌다. 김 부점장은 패티를 굽기 전 파란색 비닐장갑을 한차례 더 꼈다. 고기를 조리할 땐 파란색 비닐장갑을 더 낀다고 했다.

맥도날드는 상단과 하단이 각각 218도, 176도 이상 초고온으로 자동 설정된 그릴에서 위 아래로 여러 장의 패티가 동시에 구워지는 시스템이다. 김 부점장은 패티 6장을 깔고 그 위에 소금과 후추를 뿌렸다.

그리고 상단의 바를 내리자 치지직하고 고기가 익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40초가 지나자 상단 그릴이 올라갔다. 그는 흰 종이를 깐 뒤 고기 중앙부에 온도측정기를 갖다댔다. 길게 바늘처럼 돼 있는 온도계를 갖다대자 옆 기계에서 온도가 떴다. 막 구운 패티는 78도, 80도였다.

막 구워진 패티도 맛을 봤다. 아직 재료와 어우러지지 않은 탓에 짭잘한 맛이 강했지만, 후추향과 육즙도 조금 느껴졌다.

패티는 온도 범위에 해당한 것만 사용한다고 맥도날드 측은 강조했다. 식품안전위생상 68.4도~73.9도 범위에 들어있는 제품만 사용한다는 것이다. 해당 온도 범위에 달하지 못한 패티는 다시 굽냐고 묻자, 오 점장은 "만일 온도에 미달하는 패티가 있으면 폐기하는 시스템"이라고 답했다. 그는 "고기를 조리할 때마다 파란색 장갑을 끼고 벗는 만큼, 버리는 장갑 수만 해도 상당할 정도로 위생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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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맥 제조에 3분…조리실 핸드폰 반입 불가

빅맥 만드는 모습도 시연했다. 맥도날드 크루는 햄버거 빵을 토스트 기계에 넣었다. 구워진 빵 안 쪽에 소스를 바르고 양상추와 토마토 치즈 등 각종 재료를 올린 뒤 구워진 패티를 넣었다. 햄버거를 만드는 데에는 채 3분이 걸리지 않았다

맥도널드는 식자재 유통기한과 상태 등은 전담 직원이 따로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조리실 내엔 오염물질이 들어오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맥도날드는 강조했다. 맥도날드 직원들은 조리실 내에서 핸드폰을 사용할 수 없게 돼 있다. 유니폼과 앞치마 자체엔 핸드폰이나 개인 소집품을 보관할 만한 주머니가 따로 없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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