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뉴스, 미중 갈등으로 덮나'…트럼프 속내는 무역합의 지연?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입력 2019-11-21 08:00   수정 2020-02-19 00:02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대한 불확실성이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관세 철회 여부를 둘러싸고 잡음이 커지는 상황에서 홍콩 사태에 대한 미국 의회의 지지법안 통과로 더 큰 걸림돌이 생겼습니다.

월가에서는 1단계 무역합의가 지연되는 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중 갈등을 지속시켜 커지고 있는 자신의 탄핵 관련 뉴스를 덮으려는 것이란 얘기입니다.

20일(현지시간) 미 하원에서 열린 탄핵조사 청문회에서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 대사는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인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대가)를 명확히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움직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선들랜드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 측에 거액을 기부한 사람입니다.

안그래도 트럼프 대통령은 궁지에 몰리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ABC 방송과 입소스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잘못"(wrong)이란 답이 70%에 달했습니다.

탄핵될 가능성은 여전히 낮습니다. 상원을 공화당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론조사에서도 탄핵해야한다는 의견은 51%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탄핵 여부가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식으로 여론이 악화된다면 내년 대선에서 낙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미·중 1단계 무역합의를 지금 서명한다면 어떻게될까요.

어차피 별 내용이 없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별로 높아지지 않을 겁니다. 대신 미·중 갈등 관련 뉴스는 잦아들고 탄핵 뉴스가 매일 ‘헤드라인’을 장식할 수 있습니다.

중국이 무역협상에서 양보한다면 그동안 부과한 관세의 일부는 물리는 게 맞을 겁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오히려 “합의하지 않으면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 수위를 높여 중국 정부가 합의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로이터통신은 오늘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식재산권 도용 및 강제기술 이전 등도 1단계 협상에 포함시키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안그래도 관세 철회 문제로 합의가 늦춰지는 상황에서 더 복잡한 이슈를 추가로 넣겠다는 건 안하겠다는 얘기와 같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중국과 대화를 계속하고 있고, 중국은 합의를 원한다”며 “문제는 내가 합의를 원하고 있을까? 왜냐하면 난 현재 발생하는 걸 좋아하고 있다”고 매우 애매하게 말했습니다.

게다가 지금 합의를 미루면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를 또 다시 압박할 수 있습니다.
지난 18일 제롬 파월 의장을 초청해 백악관에서 만났을 때 그런 의중을 이미 갖고 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가능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만약 미중 합의를 미루는 것이라면, 언제까지 이렇게 갈등이 유지될까요.

하원의 탄핵청문회는 21일에 끝납니다. 다음주는 추수감사절 주간입니다. 하원은 12월에 탄핵 여부를 투표할 것입니다. 그런 뒤 상원은 12월말, 혹은 1월에 탄핵 심판을 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때까지는 당분간 미·중 갈등이 이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월가에서 연내 미중 합의 서명이 물건너갔다는 설이 나도는 배경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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