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서 한 팀장이 여직원의 목덜미를 잡아 탁자에 수차례 내려치는 폭행사건이 벌어졌다. 이 사건에 대한 문제제기도 3일 뒤에서야 비공식 창구인 노동조합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팀장이 이미 여러 차례 물의를 빚은 데다, 다른 간부들이 비슷한 사건을 벌였음에도 인사발령에 그친 것으로 드러나면서 서울시의 ‘솜방망이 징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인재개발원 소속 A 팀장은 지난 5일 서초동 한 횟집에서 열린 저녁 회식 자리에서 옆자리에 앉은 여직원의 목덜미를 잡아 탁자에 수차례 내려쳤다. 평소 업무상 불만을 지적하다 분을 참지 못하고 폭행을 한 것. 당시 B원장 주관으로 만들어진 회식 자리였다. 이 원장은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며 “돌아와보니 갑자기 자리가 파해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체적인 폭행 동기에 대해서는 조사 중인 상황으로 답변이 곤란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인재개발원 측이 상황을 즉시 파악했으면서도 3일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B원장은 “피해자가 있었기 때문에 2차피해가 가면 안되어서 나름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결국 사건이 벌어진 지 3일 뒤인 8일에야 사건 은폐를 우려한 직원들을 통해 노동조합 지부장 명의로 조사과에 공익제보가 들어갔다. 인재개발원이 자체적으로 조사과에 조사를 의뢰한 것도 아니고 비공식 창구를 통해 문제제기가 이뤄졌다는 얘기다. 서울시 조사과는 다시 3일 뒤인 11일부터 조사에 착수했다. 현재 A 팀장은 직위해제 상태다. B원장은 “격려해주는 자리에서 그런 일이 발생해 불미스럽게 생각한다”며 “직원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여직원을 폭행한 A 팀장은 이미 여러 차례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도시교통실에 근무했던 지난해 2월경에는 노래방에서 여직원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가 휴직했다. 이후 그는 서울시 본청 선호부서인 인재개발원으로 복귀했다. 그는 회식 중 시청사 1층에 있는 여자화장실에 들어간 여직원을 데리고 나오겠다며 여자화장실에 들어가려다 제지하는 경비원과 신체 접촉을 하는 등 소란을 벌인 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서울시 내부에서는 부적절한 폭행이나 성추문에도 ‘솜방망이’ 징계가 내려진다는 데 불만이 많다. 한 서울시 직원은 “여러 차례 문제를 일으키고도 별다른 징계 조치 없이 요직으로 복귀했다는 것은 인사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라며 “제멋대로인 인사 조치는 시 직원들의 사기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다른 서울시 직원은 “다른 부서에 발령이 나면 그 부서 직원들은 무슨 잘못이냐”라며 “폭행이나 성추문 같은 사건은 엄격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가 사건 확대를 원치 않는 상황은 대부분 피해자가 자신의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한 데 따른 것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행정자치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김호평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이 “주거침입을 한 직원에 대한 조사가 수주째 늦어지고 있다”며 “인사과 직원이라고 감싸주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공무원인 D과장은 지난 8월 회식이 끝난 뒤 퇴근하는 여직원의 집까지 따라들어갔다가 조사를 받았다. 해당 사건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해 지난 5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서부지검에 송치했다. 최근 서부지검은 D과장에 대해 기소유예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D 과장은 현재 대기발령 중이다.
공무원 징계는 고의성과 중과실 여부, 반복적 행위임을 따져 결정된다. 국가공무원의 경우 인사혁신처가 징계위원회를 통해 징계수위를 결정한다. 반면 지방공무원은 해당 공무원의 소속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징계 수위를 정한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징계위원회에서 결정할 사안이지만, 폭행 사건의 경우 국가공무원이었다면 파면·해임까지도 가능해보인다”며 “성비위 사건 은폐시도를 한 경우에도 파면·해임까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공무원의 경우 성희롱이 반복적이고 고의가 있으면 통상 파면·해임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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