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7년 만에 홍콩 재상장…'경영권 방패' 차등의결권의 힘

입력 2019-11-21 17:29   수정 2019-11-22 01:07


알리바바와 메그비(쾅스과기) 등 중국 본토에 있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잇따라 홍콩증시로 몰려가고 있다. 홍콩증권거래소가 지난해 대주주가 경영권을 보다 수월하게 방어할 수 있는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는 등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 나선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에선 반중(反中) 시위 여파로 홍콩 경제가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기업의 상장이 아시아 금융허브인 홍콩을 자극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오는 26일 홍콩증시에도 상장할 예정이다. 알리바바는 이번 기업공개(IPO)에서 보통주 5억 주를 새로 발행할 계획이다. 7500만 주를 더 발행하는 옵션도 행사할 방침이다.

공모가는 주당 176홍콩달러(약 2만6300원)로 초과배정 옵션까지 행사하면 홍콩증시 상장을 통해 최대 1009억홍콩달러(약 15조원)를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올해 세계 IPO 시장을 통틀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다음으로 큰 규모다.

이번 IPO가 성공하면 알리바바는 7년 만에 다시 홍콩증시에 상장하게 된다. 알리바바는 2007년 홍콩증시에 상장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주가가 폭락하면서 2012년 상장폐지됐다. 2013년 10월 알리바바가 다시 상장을 결정했을 때도 홍콩증시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하지만 알리바바가 제출한 차등의결권 조항이 홍콩거래소 규정에 맞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뉴욕증시 상장을 택했다. 이듬해 IPO에서 알리바바는 250억달러를 조달해 당시 미국 증시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알리바바의 최대 주주는 지분 25.8%를 보유한 일본 소프트뱅크로, 이번 IPO 이후에도 최대 주주로 남는다.

중국을 대표하는 인공지능(AI) 업체인 메그비도 내년 초께 홍콩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다. 메그비는 최근 홍콩거래소에 IPO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내년 초 상장을 통해 10억달러를 조달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메그비의 얼굴 인식 서비스인 ‘페이스++’는 중국 정부의 감시시스템과 은행, 통신 업체 인증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앤트파이낸셜과 타오바오몰 등 알리바바의 자회사가 지분 30%를 보유해 최대 주주에 올라 있다.

중국 IT 기업이 본토 증시가 아니라 홍콩증시로 향하는 것은 차등의결권 때문이란 해석이 많다. 차등의결권은 한 개 주식에 한 개 의결권을 주는 게 아니라 특정 주식에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대주주 지배권을 강화하는 제도다. 뉴욕증권거래소는 1994년 차등의결권을 도입해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 많은 IT 기업의 IPO를 유치할 수 있었다.

홍콩거래소는 작년 3월 상장 규정을 뜯어고쳐 차등의결권을 도입했다. 이후 스마트폰 제조 업체 샤오미와 음식배달 서비스 기업 메이퇀이 홍콩증시에 상장했다. 알리바바와 메그비도 IPO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차등의결주 발행 계획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본토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고 본토 투자자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알리바바와 메그비에 상하이나 선전증시에 상장할 것을 압박했지만 두 기업은 차등의결권을 이유로 홍콩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하이와 선전거래소는 아직까지 차등의결권을 도입하지 않았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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