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전 1시쯤 서울 마포구 성산대교 북단에서는 멧돼지와 트럭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달 8일 밤에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서 새끼 멧돼지 3마리가 차량과 부딪히는 사고가 있었다. 또 지난달 17일 울산 울주군 온양읍에서는 아우디 승용차가 멧돼지 10마리와 부딪히기도 했다.
다행히 세 사건 모두 인명사고는 없었지만 멧돼지와 부딪히며 차량 일부가 파손됐다. 운전자가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 운전을 한다고 하더라도 갑자기 뛰어드는 야생동물을 피하기는 어려워 운전자는 억울함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보상을 받을 길을 열려있다. 운전자라면 필수로 가입해야하는 자동차 보험 중 '자기차량손해(이하 자차 보험)'에 가입했다면 수리비 일부를 손해보험사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다.
자차보험은 가입자가 차량을 운전하다가 상대방 없이 사고를 내거나 화재, 폭발, 도난 등으로 차량이 부서졌을 때 이에 대한 수리비 등을 지급받을 수 있는 사항이다. 단, 자차보험으로 보상을 받을 경우에는 자기부담금으로 피보험자가 일부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
그렇다면 야생동물의 출몰을 막지 못한 도로 관리업체에는 과실이 없을까. 과거 판례를 보면 도로 관리 당국에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0년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뛰어든 야생동물 때문에 사고가 났더라도 도로 관리를 맡고 있는 한국도로공사에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고등법원 판결이 나왔다.
당시 서울고법 민사21부(부장판사 김주현)는 "야생동물 방지 울타리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사고가 났다"며 손해보험사가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1심을 파기하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도로공사는 사고 지점을 포함한 고속도로를 24시간 3교대로 감시하고 있으며 사고 당일 일대를 순찰하는 동안 야생동물을 발견하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짐승의 출현을 예상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야생동물이나 인근에서 사육하는 가축 등이 진입하는 것을 완벽하게 차단할 울타리를 기대하는 것은 경제적·물리적 제약 때문에 현실적이지 않다"며 "이러한 사정에 비춰볼 때 사고가 난 도로가 통상적으로 갖춰야 할 안전성을 결여했던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5년 전에도 인근서 노루가 진입해 교통사고가 난 적이 있고 울타리에 군데군데 틈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공사에 20%의 책임이 있다"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전주지법 민사7단독(판사 이정현)도 2011년 같은 이유로 모 보험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사고 장소와 같은 국도의 모든 굴곡구간에 방호울타리 등의 교통안전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가 도로를 유지·관리함에 있어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한 바 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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