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모욕 친고죄 규정 폐지해야"…악플 처벌 강화 목소리

입력 2019-11-25 15:27   수정 2019-11-25 15:31


가수 겸 배우 설리가 지난달 세상을 등진 지 한 달 만에 가수 구하라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두 연예인 모두 악성댓글(악플)로 고통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지며 악플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4일 구씨가 숨진 채 발견된 자택에서 신변을 비관하는 내용의 자필 메모가 발견됐다. 구씨는 지난해 전 남자친구 최모씨와 폭행 및 협박, 불법촬영물 유포 관련 법적 공방을 이어가며 지속적으로 악플에 시달렸다. 지난 5월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발견된 구씨는 6월 “우울증이 쉽지 않다”며 악플에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구씨의 비보가 알려진 후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사이버 범죄 및 악플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주시기 바랍니다’는 청원은 이날 3시 기준 2만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글쓴이는 “사이버범죄로 고소해도 벌금형을 받고, 벌금도 없이 풀려나기도 한다”며 “(악플 작성자를) 강력 처벌해 재발의 싹을 잘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설리가 세상을 떠난 후 악플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국내 대형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저마다 조치를 내놨다. 네이버는 뉴스의 악플을 차단하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 ‘클린봇’을 도입했다.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는 연예 뉴스의 댓글을 잠정 폐지하고 인물 키워드에 대한 연관검색어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제도의 보완도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버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검거된 인원은 1만5479명으로 2014년(8899명)에 비해 73.9%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경찰은 전체 검거 인원의 38.4%만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사이버 모욕은 피해자가 신고해야 수사가 시작되는 친고죄고, 사이버 명예훼손은 피해자가 선처를 요청하면 죄를 묻지 않는 반의사불벌죄인데 악플에 시달리는 연예인들은 공인이라는 이유로 신고를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처벌의 확실성으로 ‘악플을 달면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인식이 생겨야 악플을 근절한다”며 “사이버 모욕과 명예훼손의 반의사불벌죄 및 친고죄 규정 폐지를 고려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악플은 가장 대표적인 혐오 표현인 만큼 차별·혐오 표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이 해결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유정/김남영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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