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사업 시행에는 엄정한 법적 절차와 국민적 동의가 필수적이다. 국가재정법에서 사업비 500억원 이상, 예산지원 300억원 이상인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유다. 그런데도 ‘한시적’임을 분명히 하고 2018년 처음 편성된 일자리 안정자금을 별다른 설명없이 3년 연속 2조원대로 요청한 것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도입 당시 최저임금인상률이 16.4%로 직전 5개 연도 평균(7.4%)보다 9%포인트나 높은 ‘긴급한 상황’임을 앞세워 예타를 면제받았다. 내년 임금인상률이 2.9%로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 또 2조원대의 예산을 요구하는 정당성을 찾기는 힘들다.
더구나 일자리 안정자금의 효과가 부실하기 짝이 없음이 드러났다. 자금 배분에 참여한 내부자로부터 “감사원 감사요청을 위한 1인 시위라도 하고 싶다”는 호소가 나올 지경이다.
법적 근거조차 안 갖춘 예산 편성도 수두룩하다. ‘한국형 실업부조’로 불리는 국민취업지원제도가 대표적이다. 예타 면제 대상이 아닌 데다, 관련 법안이 상임위에 계류돼 있는 입법불비 상태다. 형사공공변호인제도도 ‘3권 분립 위배소지가 있다’는 법원 등의 반발에 부딪혀 근거법이 발의조차 안 된 상황이다. 불황이 깊어져 내년에는 세수의 대폭 감소가 불가피하고 적자국채를 60조원이나 발행해야 할 판이다. ‘총선 승리’에 눈 먼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정부마저 장단을 맞춰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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