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랜 체중감량에 지친 다이어터의 하소연이다. 그는 2년 넘게 식단조절과 운동에 매진하는 중이다. 처음에는 과체중을 개선하기 위해, 정상체중에 접어든 뒤에는 도드라지는 허벅지를 가늘게 만들고 싶어서 꾸준히 관리를 하고 있다.
누구나 무언가에 몰두하다가도 ‘권태기’를 겪듯, 그 역시 다이어트에 지친 상황이었다. 그는 평소 온라인 플랫폼에서 ‘먹방’을 보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대식’ 수준을 넘어서는 유튜버들이 고칼로리의 음식을 마음껏 먹고도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것을 보고 속이 상하는 모양이었다.
필자는 다이어터가 먹방을 보는 것을 자제하도록 하는 편이나, 요즘에는 워낙 콘텐츠가 활성화되다보니 영상을 보며 ‘대리만족’한다는 사람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다이어터에게 먹방이 불리한 것은 곧 식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결과 식욕을 자극하는 음식 콘텐츠에 노출되면 식욕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욕을 일으키는 호르몬인 그렐린 농도 역시 높아진다. 결국 나도 모르게 식탐으로 이어지기 쉽다.
그럼에도 먹방 콘텐츠가 인기를 끌다보니, 먹방 유튜버를 부러워하는 의료소비자도 부쩍 늘었다. 날씬한 먹방 유튜버들은 왜 살이 찌지 않는지 궁금해 하면서도 ‘왜 나는 그런 체질을 타고나지 못했을까’ 슬퍼한다. ‘살이 찌지 않는 축복받은 체질’이 실존하는지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많이 먹어도 팔뚝·복부·허벅지 등 소위 말하는 ‘부분비만 3대장’이 찌지 않는 사람이 분명 있다. 다만 이는 겉으로 보이는 신체에 살이 찌지 않는다는 것이지, 체지방이 아예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겉으로 보기에 살이 쪄 보이지 않을 뿐 내장지방으로 몰리는 ‘마른비만’으로 발현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고 방심하는 사람 중에는 내장지방 수치가 높은 경우가 상당히 많다.
또 20~30대 중반에는 신진대사가 활발해 내장지방이 찌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뿐, 40대 이후에 넘어가면 배만 볼록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거나 건강검진에서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이렇다보니 최근에는 먹방 유튜버들도 몸관리에 나서는 듯하다. 의료소비자들이 부러워하는 유튜버들 역시 방송을 하지 않을 때에는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유명한 먹방 유튜버는 10% 이내의 체지방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철저히 하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들은 주로 고탄수화물,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을 섭취하는 만큼 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유투버들이 ‘운동’에 집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신진대사를 높이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다. 근육량을 늘려 기초대사량을 높이면 그만큼 하루에 태울 수 있는 열량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평소 식단을 제한하지 않으니 근육이 손실될 우려도 낮은 것도 장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먹방 유튜버들은 대체로 체중감량이 아닌 ‘유지’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냉정하게 마음껏 먹고 날씬해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날씬해 보이는 체질을 타고났더라도 영양균형이 떨어지는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몸 속의 체지방 비율이 높아진다. 실제로 내원한 다이어터 중에는 163cm에 48kg의 늘씬한 몸매를 자랑함에도 체지방률은 43%를 기록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같은 사례가 특이한 것은 아니다. 국내 정상체중 20대 여성 10명 중 3명은 마른비만이라는 통계도 있다.
많이 먹고 싶은 욕구가 쌓였다면, 당분간은 식단에 여유를 두는 것을 권한다. 대신 활동이 많은 점심시간에 먹고싶었던 메뉴를 먹되 반식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 아침과 저녁에 조금 더 타이트하게 식단을 조이면 유리하다.
다이어트는 평생 음식을 제한하는 게 아닌, ‘내가 먹고싶은 음식을 절제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평생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