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횡령·배임범죄와 관련된 양형기준이 엄정한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적 기대에 맞게 수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소속 양형연구회가 25일 ‘화이트 칼라 범죄와 양형’이라는 주제로 연 심포지엄에서다.
이날 세션 발표자로 나선 송오섭 창원지방법원 거창지원 판사는 2009년 횡령·배임범죄 양형기준이 시행된 후 특경법상 횡령·배임죄 실형률이 증가했지만 ‘기업범죄의 특성에 맞는 양형기준’을 설정하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송 판사는 “기업의 횡령·배임죄는 국민경제질서의 교란을 방지하고 국가경쟁력이나 기업의 대외적 신뢰도 제고를 위한 양형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둬야 한다”며 “양형기준이 생긴지 1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지배주주, 최고경영자 등에 의해 일어난 범죄에 엄정한 양형이 이뤄지고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9년 양형위원회는 이득액(피해액)을 기준으로 범죄 유형과 형량범위를 정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3 유형일 경우 법정형으로 3년 이상 징역에, 50억원 이상의 4,5 유형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는 식이다.
구체적으로는 ‘기업 횡령·배임범죄 유형’을 새로 설정하는 안이 논의됐다. 송 판사는 “기존 횡령·배임죄 유형구분과는 별개로 기업범죄의 특성에 맞는 양형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실질적으로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기업이 포함될 수 있도록 대상기업 범위를 정하고 피고인의 지위로는 실질적 사주와 최고경영자를 주된 대상으로 하는 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업범죄에 대해서 별도의 집행유예 기준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송 판사는 “재벌총수의 횡령·배임죄에 대해 유달리 많은 집행유예가 허용된 과거 잘못된 양형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집행유예기준의 긍정적 참작사유를 대폭 축소하거나 별도의 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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