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후반, 노트북은 대학 강의실의 필수품이 됐다. 교수의 말을 받아 적기 위한 주요 도구로 자리잡았다. 노트에 연필로 필기하는 학생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초기엔 노트북 키보드의 소음 문제를 놓고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금은 강의실에서 키보드 소음은 자연스러운 소리다.
최근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손필기하는 대학생이 다시 많아졌다. 태블릿에 전자펜으로 필기한다는 게 다른 점이다. 애플 펜슬이 계기가 됐다. 애플 펜슬은 출시 당시 고가의 ‘아이패드 프로’ 제품에서만 쓸 수 있어 세심한 작업을 하는 그래픽 디자이너가 주로 썼다. 2018년 보급형 모델인 ‘아이패드 6세대’에서도 애플 펜슬을 쓸 수 있게 되자 대학생들이 쓰기 시작했다.
서울에 있는 한 대학교에 다니는 대학생 A씨는 “노트북 대신 아이패드와 애플 펜슬로 필기하는 학생들이 최근 들어 크게 늘었다”며 “노트북에 비해 무게가 가볍고, 교수가 보여주는 그래프를 따라 그리기도 좋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노트북과 마우스로는 교수가 칠판에 그린 그림을 따라 그리기 어려웠다. 태블릿과 전자펜, 키보드를 활용하면 키보드로 교수의 말을 받아 적다가 전자펜으로 그래프를 그릴 수도 있다.
강의 자료를 내려받아 자료 위에 곧바로 필기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노트북을 쓰면 강의 자료와 다른 별도의 문서에 필기해야 한다. 전자펜을 활용하면 강의 자료 위에 바로 필기하거나 밑줄을 그을 수도 있다.
전자펜이 필기도구로 자리잡으면서 관련 앱(응용 프로그램)의 인기도 높아졌다. ‘굿노트’ 시리즈와 ‘노타빌리티’ 등이다. 1만원 안팎의 유료 앱임에도 불구하고 늘 다운로드 순위 상위권에 있다.
손필기 잘하는 법을 알려주는 유튜브 영상도 많아졌다. ‘미국 간호대생이 아이패드로 필기하는 법’이라는 유튜브 영상은 조회 수 50만 건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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