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현 정치부 기자) 돌을 갓 넘긴 아기를 데리고 시댁에 갈 때마다 타다를 꼭 탑니다. 시댁이 지방이라 용산역에서 기차를 타야하는데 기차역까지 아기를 데리고 이동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아직은 택시에 카시트가 의무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기와 안전하게 이동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타다는 요금이 20% 가량 비싸지만 아기를 생각하면 기꺼이 지불할 가치가 있습니다. 차량 내부가 쾌적한데다 아기가 소리를 지른다고 눈치를 받을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는 어린 아이들이 많이 삽니다. 요새 부쩍 단지 앞에 타다가 자주 보이는 걸 보면 다른 부모들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추측합니다.
여야는 지난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타다 금지법’이라고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올해 안에 처리하기로 잠정 합의했습니다. 타다는 여객운수법 시행령 18조 1항 ‘승차 정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차는 기사 알선 금지의 예외로 둔다’는 내용을 근거로 지난해 10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콜택시와 마찬가지지만, 법적으로는 차와 함께 기사를 빌려주는 서비스입니다. 이 조항을 ‘관광 목적으로 6시간 대여하거나 반납 장소가 공항과 항만일 때 기사를 알선’할 수 있도록 강화한 게 이번 개정안의 핵심입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타다를 이용하지 못하게 됩니다. 저와 같은 경우 관광 목적으로 타는 것도 아니고, 용산역까지는 불과 30분 정도 걸리기 때문입니다. 반납 장소 조건에도 맞지 않습니다.
여야가 연내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에 놀란 것은 야당인 자유한국당조차 타다 금지법에 찬성했기 때문입니다. 한국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원칙의 헌법 가치에 기반하여 대한민국의 지속적인 성장과 평화통일을 지향함으로써 현재와 미래의 모든 세대가 공정하고 부강한 국가에서 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고 강령에 선언했습니다.
시장경제를 자유민주주의에 이어 두번째 가치로 제시하면서 “개인과 기업의 자율과 창의가 존중되고, 자유경쟁과 정당한 보상이 보장되는 시장경제의 원칙을 지키며, 정부의 규제를 최소화하되 시장 지배력에 의한 공정한 경쟁이 훼손되지 않도록 원칙이 바로 선 시장질서를 확립한다”고 했습니다. 이런 정당이 타다 금지법에 찬성을 했다는 겁니다.
택시기사는 조직화된 집단입니다. 세를 과시하고 실제 행동에도 나섭니다. 국회의원들 입장에서는 표와 직결된다고 여길 것입니다. 저와 같은 소비자는 파편화돼 있습니다. 택시기사처럼 조직적이지 않습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조차 택시기사 집회에 참석한 걸 보면 이런 사정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영세한 택시기사 대 잘 나가는 벤처기업’의 구도로 보면 보수 정당도 기업을 무작정 옹호하기 부담스러울 겁니다.
분명한 것은 타다 금지법이 통과되면 타다를 운영하는 개별 기업의 이익만 해치는 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타다를 이용해 온 소비자는 보다 안전하고 편한 택시 서비스를 바라는 일반 국민입니다. 물론 택시 기사들의 애로를 해소해야 하는 의무가 국회에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하면서 특정 집단의 이득을 보호해 주는 방식은 고민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타다 금지법 논의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소비자들의 편익에 대한 진지한 고려가 있길 바랍니다. (끝) /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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