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4500억원 몰수당하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한남3구역 조합이 국토부의 권고를 받아들여 입찰 무효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지 않으면 검찰 수사에 이어 소송전으로 치달으면서 사업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남3구역 조합은 일단 28일로 예정된 건설 3사 합동설명회는 예정대로 열 예정이다. 그러나 다음달 18일로 예정된 조합원 총회에서 시공사 선정을 강행할지는 고민 중이다.
현대 대림 GS 등 입찰 무효 위기에 처한 건설사들은 우선 대의원회 결정을 기다려본 뒤 입장을 정할 방침이다. 입찰에 참여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국토부의 권고가 있었지만 실제 입찰 무효를 결정하는 것은 조합 대의원회”라며 “이와 별도로 국토부가 수사 의뢰한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수사에 협조하면서 조사받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점검반 내부에서도 법리 적용이 불분명하다는 이견이 상당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들 업체는 대형 로펌 등을 통해 법률 검토를 거쳤기 때문에 사법적으로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조합이 재입찰을 결정하면 기존 입찰 보증금 몰수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김향훈 법무법인 센트로 대표변호사는 “문제 소지가 있는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시공사의 입찰보증금을 몰수하지 않으면 조합 집행부에 책임이 돌아올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조합장이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증금을 몰수당한 건설사가 소송을 제기하면 사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변수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입찰 보증금 몰수 여부도 조합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강변 랜드마크를 잡아라
건설사들은 한강변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서 사활을 건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랜드마크 입지여서 브랜드를 널리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손해를 보더라도 수주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한남3구역은 총사업비도 7조원으로 많아 메이저 건설사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3.3㎡당 공사비가 595만원으로 기존 재개발 사업 중 가장 비싸다.
입지도 강북에서 최고를 자랑한다. 단지 뒤에는 남산이 있고, 앞으로는 한강이 흐른다. 건설사로선 브랜드 가치 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후속 구역(한남2·4·5구역) 수주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여기에 분양가 상한제 등 정부 규제로 정비사업이 갈수록 줄어드는 여건도 수주 경쟁을 부추겼다.
이런 이유로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메이저 3개 건설사가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수주 경쟁은 지난달 18일 시공사 입찰 마감 전부터 치열했다. GS건설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을 경우 일반분양 가격을 3.3㎡당 7200만원으로 보장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미분양 물량은 100% 대물 인수하기로 했다.
현대건설은 단지 안에 현대백화점 계열사 브랜드 상가를 입점시키겠다고 공언했다. 메가스터디, 종로엠스쿨 등 강남 대치동의 유명 학원들을 유치하겠다고 제안했다. 가구당 5억원의 최저 이주비 보장, 추가 이주비 지원 등도 약속했다. 대림산업은 이주비 100% 보장과 함께 임대아파트가 전혀 없는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제안했다. 건립이 의무화된 임대주택을 통째로 매입해 민간임대주택으로 일정 기간 활용한 뒤 분양전환(소유권 이전)하겠다는 안이다.
이 같은 수주 과열에 국토부와 서울시는 합동조사팀을 꾸려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특별점검을 벌였다.
양길성/윤아영/이유정 기자 vertig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