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있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가 교육부가 추진하는 ‘2025년 일괄 폐지’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이들 학교는 전국자사고외고국제고연합회를 결성하고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전국자사고외고국제고연합회는 27일 성명을 통해 “시행령 개정을 통한 고교교육 체계 개편은 정부의 독단적인 교육 체계 개악”이라며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강행한다면 모든 수단을 통해 일괄 폐지라는 초유의 교육독재가 철회될 때까지 투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민족사관고와 대광고, 인천외고 등을 주축으로 구성됐다. 자발적으로 일반고 전환을 신청한 4개 자사고를 제외하고 전국 대부분의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회 관계자는 “시행령이 개정되는 대로 위헌 소송에 나설 것이고, 집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동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국외고교장협의회와 전국외고국제고학부모연합회는 이날 서울 순화동 이화외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외고 폐지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전국외고교장협의회는 성명에서 “외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해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겠다는 정부 계획은 시대착오적이고 반교육적인 포퓰리즘”이라며 “외고 폐지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법률적 행위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날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설립 근거를 삭제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앞으로 40일간 의견 수렴을 진행한다. 학교 측이 공동 대응을 선언하고 반대 의견을 내놨지만 교육부가 정책 방향을 바꿀 가능성은 낮다. 정부가 2025년 자사고·외고·국제고 일괄 폐지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히고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 논란이 법정으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학교 측은 교육부의 시행령 개정이 헌법에서 정한 ‘교육 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위헌 소송이 진행되면 치열한 법리 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2025년 이전에 시행령이 다시 개정돼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설립 근거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25년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이기 때문에 정권이 바뀌면 다시 시행령을 고쳐 설립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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