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복지 늘어나자…부정수급도 덩달아 급증

입력 2019-11-27 17:33   수정 2019-11-28 01:42

정부의 현금성 복지 지출 확대는 부정수급 건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나눠주는 돈을 대폭 늘리고 대상자도 크게 넓힌 만큼 누수 규모가 커지는 건 사실상 예고된 일이었다.

2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정부 보조금을 부정하게 받다 적발된 건수는 약 12만869건으로 2018년 연간 적발건수(4만2652건)보다 2.8배 많았다. 환수 결정액도 지난해 1년치(388억원)보다 1.7배 많은 647억원에 달했다.

보조금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익적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대상자에게 별다른 조건 없이 주는 돈이다. 기초연금 고용장려금 유가보조금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올해 1~7월 부정수급 적발 건수의 대부분은 실수로 잘못 받은 사례(11만7124건·485억원 환수 결정)였지만, 의도적으로 정부와 지자체를 속인 건수도 3745건(162억원)이나 됐다. 분야별로는 문재인 정부 들어 지출을 대폭 늘린 고용(9만6870건·368억원)과 복지(2만1754건·148억원) 분야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부정수급 사례는 다양하다. 한 어린이집 원장은 아이가 부모와 함께 한 달 동안 해외에 체류했는데도 어린이집에 출석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정부로부터 기본보육료를 받았다. A사는 기초생활수급 가구에 단열·창호 공사를 무료로 해주는 ‘저소득층 에너지 효율 개선사업’을 노렸다. 가짜 공사 사진과 시공확인서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정부에서 6억8499만원을 타냈다.

화물차주 K씨는 집에서 쓸 등유를 샀는데도 화물차에 경유를 주유한 것처럼 꾸며 유가보조금을 받았다. 경상북도 영천시에서 자유무역협정(FTA) 폐업지원금 담당업무를 하는 C씨는 자신과 부인을 지급대상자로 올려 1억5828만원을 편취했다.

전문가들은 부정수급 사례가 급증한 것을 두고 △정부의 보조금 확대 △부정수급 수요 증가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 등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한다. 2015~2017년 94조~98조원 수준이었던 전체 보조금 규모가 지난해 105조4000억원, 올해 124조4000억원으로 가파르게 늘면서 ‘눈먼 돈’을 타내려는 사람도 이에 비례해 증가했지만, 관리감독 시스템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지난달 ‘보조금 부정수급 관리 강화 방안’을 내놓은 배경이다. 정부는 앞으로 고용장려금 생계급여 보육지원 등 부정수급 사례가 많이 나온 사업을 고위험사업으로 지정하고 집중 관리키로 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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