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맥] IT 강국 넘어 'AI 슈퍼파워'로

입력 2019-11-28 18:44   수정 2019-11-29 09:54

지난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선정하는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이 있다. 초대 구글차이나 사장 리카이푸가 쓴 'AI 슈퍼파워'다. 앞으로 세계 질서는 인공지능(AI) 슈퍼강국인 미국과 중국 두 나라 그리고 나머지 나라로 구분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정부의 AI 정책담당자로서 한국 AI산업 발전 방향에 대해 고민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글로벌 AI시장 질서는 이미 미국과 중국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은 모두 미국과 중국 기업이다. 7개 기업은 AI를 잘 다루고 활용하는 구글, 애플, 알리바바, 텐센트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다.

한국의 상황을 냉철히 살펴보자. 미국 실리콘밸리와 같은 혁신 생태계가 없다. 중국처럼 엄청난 규모의 내수시장과 자유로운 데이터 수집·이용 환경도 갖추지 못했다. 그렇다면 미국과 중국이 지배할 것으로 예상되는 AI 시대에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정보기술(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 육성, 첨단기술 확보, 기업의 혁신 역량 제고 등 다양한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한국이 갖고 있는 인적·물적·제도적인 모든 가용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스마트한 정책 수립이 절실히 요구된다.

정부는 최근 세계 디지털 경제환경 변화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스마트한 정책을 펼쳐 나가기 위한 환경을 구축했다. 지난 15일 과학기술정부통신부에 인공지능기반정책관과 네트워크정책실을 신설했다. 인공지능기반정책관 설치를 통해 분산돼 있던 인공지능, 데이터, 클라우드 정책을 한 곳에 결집시켜 시너지를 높이고, 범국가적인 인공지능 정책을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네트워크정책실을 신설함으로써 AI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 고성능 컴퓨팅 자원, 네트워크 중 한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네트워크 부문에 보다 집중적으로 정책 역량을 쏟을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한국은 작년 11월 서울 아현동 통신구 화재 사고라는 값비싼 경험을 치렀다. 네트워크의 안전성 확보 없이는 AI는 물론 어떤 고도화된 서비스도 제대로 구현할 수 없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사이버 정보 보호는 물론 물리적 보안까지 네트워크 안전을 종합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게 됐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네트워크 이용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이를 토대로 AI 강국 실현을 위한 본격적인 정책을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

과기정통부는 관계부처와 함께 연내 ‘인공지능 국가전략’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또 어떤 환경에서도 끊김 없이 네트워크가 작동할 수 있는 통신망 이원화 등 재난 방지대책을 신속히 마무리하고, 나날이 진화하는 사이버 공격에 대응해 침해대응체계를 고도화·지능화하는 방안도 역점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은 ‘사이버코리아 21’ 전략을 바탕으로 IT 불모지에서 단기간에 세계 최고 IT 강국을 일궈냈다. ‘인공지능 국가전략’이 사이버코리아21 전략과 같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국가 혁신과 재도약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리카이푸가 'AI 슈퍼파워' 개정판을 쓰게 됐을 때 한국이 미국, 중국과 함께 AI 슈퍼강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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