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 ‘프롭테크’ 바람이 거세다. 프롭테크란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IT를 접목한 부동산 서비스를 뜻한다.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몰려들면서 더 편리한 서비스를 내놓으려는 은행 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AI가 건축·임대 관리까지”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국민 KEB하나 우리 농협 등 대형 은행은 올해 잇달아 프롭테크 서비스를 출시했거나 개발 중이다.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은 AI 부동산 솔루션 업체 스페이스워크와 제휴를 맺고 가상 건축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I 프로그램으로 해당 부지에 건축할 수 있는 최대 면적을 계산하고 빅데이터로 주변 평균 임대료를 적용해 예상 임대 수익까지 산출해 낸다. 우리은행이 제휴한 알에셋마스터리스 서비스를 이용하면 건물을 다 짓고 난 뒤 공실 및 임대료 현황도 수시로 관리할 수 있다.
KEB하나은행은 블록체인 업체인 카사코리아와 손잡고 부동산 신탁 수익증권을 유통하는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스마트 콘트랙트(조건부 자동계약 체결) 기술을 적용해 신탁회사가 발행한 수익증권을 전자증서로 만들어 투자자들이 서로 사고팔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거주용 부동산 서비스에도 신기술이 속속 적용되고 있다. 신한은행의 부동산 플랫폼 ‘쏠랜드’는 고객의 거주지를 자동 인식해 해당 단지의 실거래가와 주변 인기 단지 정보를 알려준다. 올 들어 부동산 중개 플랫폼인 ‘다방’과 제휴를 맺고 서비스 범위를 더 확대했다. 신한 고객은 다방 앱(응용프로그램)에서 매물별 대출 한도를 확인해 바로 신청할 수 있다. 국민은행도 이달부터 삼성전자 AI 서비스인 빅스비에 자사 부동산 서비스를 도입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에서 빅스비를 부른 뒤 음성 인식만으로 매물 검색부터 시세 조회까지 할 수 있다.
“자산가들 여전히 부동산 선호”
은행들이 잇따라 프롭테크 서비스를 내놓는 것은 돈의 흐름이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변동성이 커지고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은 계속 늘고 있다. 파생결합증권(DLS) 손실 사태 이후 파생상품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PB센터의 역할도 약화됐다.
돈이 몰리는 부동산 시장의 고객을 잡으려면 프롭테크 서비스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은행권 설명이다. 대출 금리가 비슷하다면 더 적은 비용으로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고객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경기 상황이 불안정한데도 국내 부동산에 대한 자산가들의 투자 문의는 끊이지 않고 있다”며 “최근 서울 일부 지역에 대한 규제가 심화되면서 지방 대도시 투자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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