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비디오 아트는 화려하고 신기하게 등장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년)이 시작한 미술사의 혁명이었다. 외국 무대에서 활동한 그의 작품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전인 1970년대 초 국내에서도 비디오 아트가 시작됐다. 비디오 카메라가 아직 대중화하지 않은 시기에 새로운 실험과 대안으로 시도된 한국 비디오 아트는 미디어 기술 발달과 함께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됐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과천관에서 28일 개막한 기획전 ‘한국 비디오 아트 7090: 시간 이미지 장치’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 비디오 아트의 30여 년 역사를 조망하는 전시다. 김구림 박현기 김영진 이원곤 김수자 함양아 박화영 문경원 전준호 김세진 등 작가 60여 명의 작품 130여 점을 걸었다. 육근병의 ‘풍경의 소리+터를 위한 눈’(1988년) 등 9점은 이번 전시를 위해 다시 제작됐다.
전시는 △한국 초기 비디오 아트와 실험미술 △탈장르 실험과 테크놀로지 △비디오 조각, 비디오 키네틱 △신체, 퍼포먼스, 비디오 △사회, 서사, 비디오 △대중 소비문화와 비디오 아트 △싱글채널 비디오, 멀티채널 비디오 등 7개 주제로 펼쳤다. 모니터를 활용한 박현기의 초기작 ‘무제’(1979년)를 비롯해 실험미술의 선구자 김구림의 ‘걸레’(1974년)와 초기 필름 작품 ‘1/24초의 의미’(1969년), 곽덕준 김순기 등의 초기 비디오 작품을 선보인다.
한국 비디오 아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백남준의 작품도 볼 수 있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1984년 1월 1일 생방송된 백남준의 TV 위성쇼를 편집한 작품이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파리, 서울을 연결하는 이 프로젝트로 백남준과 비디오 아트는 한국에도 널리 알려졌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한국 비디오 아트의 태동과 전개 양상을 입체적으로 살펴보고 향후 그 독자성을 해외에 소개하기 위한 초석”이라며 “국내 비디오 아트 담론과 비평, 창작에 유의미한 논의의 장을 마련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5월 31일까지.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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