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黃, 한국당 강경 모드…'親文 3종 농단' 의혹에 화력 집중

입력 2019-11-28 17:12   수정 2019-11-29 01:30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단식 농성 끝에 쓰러진 황교안 대표의 뒤를 이어 ‘대여 투쟁’ 고삐를 죄고 있다. 한국당 최고위원들은 황 대표가 단식했던 자리에서 ‘동조 단식’을 시작했다. 당 차원에서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등 문재인 정부 비리를 파헤치기 위한 진상조사위원회를 출범시켰고, 문재인 대통령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발언과 관련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한국당이 ‘강경 투쟁’ 모드에 돌입하면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둘러싼 여야 구도도 ‘강 대 강’ 대치로 흐를 전망이다.

투쟁수위 높이는 한국당

한국당은 28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패스트트랙 법안 관련 대책과 투쟁 방안 등을 논의했다. 전날 밤 단식을 8일째 이어가던 황 대표가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이송된 뒤 소집된 긴급 의총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황 대표가 8일 동안 혹한 속에서 단식을 이어갔는데 문재인 정권과 여당은 아무 반응이 없다. 참 비정한 정권”이라며 “황 대표의 단식을 잇는 강력한 정치투쟁과 함께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공수처 저지를 위한 실질적 투쟁을 병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원들에게 “함께 한마음이 돼 달라”고 주문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정미경·신보라 최고위원이 이날 새벽부터 황 대표가 농성하던 청와대 앞 단식 장소에서 동조 단식에 들어갔다. 정 최고위원은 “황 대표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우리도 황교안이다’는 취지로 신 최고위원과 함께 단식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당 지도부는 추가로 단식에 참여할 의원들이 있는지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의총에서도 ‘순차 단식’ ‘지도부 단식’ 등 여러 방안이 제안된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는 이날 새벽 의식을 회복한 뒤 “다시 단식을 이어가야 한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 비서실장인 김도읍 의원은 “본인께서 단식 현장에 다시 가야 한다고 말했다”며 “황 대표 가족들이 절대 안 된다며 말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당은 또 이날 문 대통령과 이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2002년 대선 때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한국당의 전신) 후보가 공수처 설치를 공약했다고 발언한 것이 허위사실로, 한국당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는 게 한국당 주장이다.

‘친문 게이트’ 의혹에도 맹공

한국당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의 ‘하명 수사’ 의혹 등 친문(親文) 인사들의 권력 비리를 파헤치기 위한 ‘친문 게이트 진상조사위원회’도 이날 출범시켰다. 한국당은 김 전 시장 수사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에 더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 농단’, 우리들병원의 ‘금융 농단’을 ‘3종 친문게이트’로 규정했다.

진상조사위원장으로 지명된 곽상도 의원은 이날 열린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유 전 부시장을 부산시로 데려간 사람과 관련자에 대한 단서를 입수했다”며 ‘3철 중 이모씨’를 지목했다. 정치권에서 말하는 ‘3철’은 문 대통령의 측근인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전해철 민주당 의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을 뜻한다. 곽 의원이 이날 ‘배후’로 지목한 이 전 수석은 유 전 부시장과 노무현 정부 때 민정수석실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한국당은 친문 인사들의 비리 의혹을 ‘제2의 조국 대전’으로 확산시켜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는 움직임이다. 한국당은 관련 의혹들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던 시절에 일어났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날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3.1%포인트 상승한 33.4%를 기록했다.

고은이/성상훈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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