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식의 복지 퍼주기, 더는 안 된다

입력 2019-11-28 17:46   수정 2019-11-29 00:15

기초연금, 일자리안정자금, 청년추가고용장려금 등 복지예산이 줄줄이 ‘펑크’나고 있다. 신청자가 급증해 예산이 바닥나자 ‘국가 비상금’인 예비비를 털어 메꾸는 지경에 이르렀다. 재난·재해 등에 쓸 돈으로 돌려막기를 하는 것이다.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의 올해 예산은 11조4952억원이다. 작년보다 2조2512억원이 늘었는데도 조기 소진이 예상되자 예비비에서 1253억원을 충당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이 어려워진 영세업체를 지원하는 일자리안정자금도 마찬가지다. 올해 신청자를 238만 명으로 예상했지만 10개월 만에 324만 명이 몰리자 예비비 985억원을 지원했다. 그래놓고는 “홍보가 잘돼 신청이 늘었다”는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예산은 작년보다 두 배 이상 늘었지만 5개월 만에 동났고, 구직급여와 청년내일채움공제 등도 수천억원을 늘렸는데 벌써 소진됐다.

복지예산 부족 사태는 예고된 정책 실패라고 할 수 있다. 현금성 복지는 수혜자의 도덕적 해이를 키우고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정부는 지원 조건을 완화하고 대상을 확대하기 바빴다. 그러다보니 신청자 급증, 예산 부족, 예비비 충당의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정책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부정수급만 덩달아 늘었다.

이런데도 정부는 현금복지를 계속 늘리고 있어 걱정스럽다. 내년도 현금복지 사업은 올해보다 10.6% 늘어난 54조원에 달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복지가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도 높다. 현금복지는 한 번 시작하면 멈추기 힘들다. 가뜩이나 불황으로 세수가 줄어드는데 현금복지 사업을 손질하지 않으면 재정 부담만 키울 것이다. ‘퍼주기 복지’가 아니라 ‘일하게 하는 복지’가 돼야 한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식의 복지 퍼주기는 미래를 망치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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