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한 최미서 씨(22)는 대구의 가상현실(VR) 콘텐츠 제작과 판매·교육사업을 하는 모두의VR에서 지난 5개월간 인턴을 했다. 인문계 출신이어서 잘 적응할지 우려가 컸지만 최씨는 학생들의 체험교육을 맡아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교육 후기를 블로그에 올리고 인스타그램과 홈페이지 관리, 4차 산업혁명 트렌드 포스팅, 드론이용자 매칭 플랫폼 홍보 등의 일을 담당했다.
대구시는 최씨처럼 올해 청년사업장과 청년잇기 매칭사업에 참여해 5개월간의 직장경험을 완료한 73명의 청년에게 경력증명서를 수여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최씨가 이 인턴 자리를 소개받을 수 있었던 것은 대구시가 마련한 청년과 서비스 분야 기업을 잇는 ‘예스매칭사업’ 덕분이었다. 대구시는 일명 ‘문송합니다’(취업난 속에서도 특히 인문계 졸업생의 취업이 더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말) 현상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비이공계 졸업생들이 일경험을 할 수 있는 청년정책을 지난해 도입했다. 지난해 1억원을 들여 인문계 졸업생 10명에게 시범 적용했다. 이상길 시 행정부시장은 “비이공계 출신에게 직무경험을 확대해 취업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대구시의 청년정책은 행정안전부에서도 인정했다. 시는 지방자치단체 주도형 일자리사업 공모에 선정돼 10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올해 대상인원을 80명으로 늘렸다. 올해 일경험자 가운데 73명이 5개월 과정을 마쳤고, 절반이 넘는 37명(24개 기업)이 계속근무를 희망했다. 김요한 시 청년정책과장은 “일반적으로 인턴 계속 근무비율이 10%인 점을 감안하면 대구시 청년 정책의 계속 근무비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졸업생들의 인턴이 주로 제조업과 행정경험을 할 수 있는 관공서, 공기업 위주여서 비이공계 졸업생은 전공과 관련한 다양한 일경험을 쌓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시는 비이공계 출신이 일할 수 있는 출판, 영상, 문화기획, 광고 등 지식서비스 분야와 4차 산업혁명 관련 청년창업기업을 찾아 청년과 이어주고 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글교재 출판을 하는 기업인 팝콘에서 직무경험을 쌓은 백슬기 씨(32·영상애니메이션과 졸업)는 출판을 위한 시장조사, 표지디자인 등 총괄작업을 맡아 실력을 인정받았다. 백씨는 “대부분 졸업자가 전공 분야에서만 길을 찾으려다 보니 선택대안이 너무 좁다”며 “다양한 분야의 직장에서 일경험을 쌓는다면 업무영역을 크게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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