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박원순식 ‘도시재생의 모범사례’라며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세금 수백억원을 추가 투입한 ‘돈의문박물관마을’ 사업의 2단계 사업에서 또다시 사업비를 두 배로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실적내기용’ 사업을 막으라고 있는 심사 절차를 무시하면서 법령을 여러 차례 위반한 1단계 사업의 여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체험관 리모델링 한다며 108억 추가 투입
서울시는 내년도에 추진할 돈의문박물관마을 2단계 사업으로 ‘근대개항기 시민사체험관’을 짓겠다며 기존 사업비인 47억5000만원보다 두 배 넘게 늘린 108억원을 투입하겠다고 예산을 편성해 시의회에 제출했다. 여기에 1단계 사업비인 330억원을 3년에 걸쳐 사업시행사인 서울주택도시(SH)공사에 상환하기 위해 110억원을 추가로 시의회에 요청했다. 돈의문박물관마을 사업은 1940~60년대부터 간직해온 마을 원형을 유지하는 박원순표 도시재생의 대표사례로 꼽혀온 사업이다.
서울시는 2017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를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개최한 뒤 방문객이 찾지 않아 ‘유령마을’이 되자, 올해 4월부터 복고풍 체험공간인 ‘살아있는 박물관 마을’을 운영했다. 이후 방문자 수가 늘어 5~7월 3개월 간 모두 15만4000명, 하루 평균 1973명이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돈의문박물관마을 사업비는 총 127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1단계 사업에서 당초 145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가 실제로는 374억원을 쏟아부었다. 토지 시가인 841억원에, 2단계 사업비가 4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증가하면서 더욱 늘어난 금액이다.
이같은 사업비는 앞으로 종로구와의 토지소유권 문제가 해결되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돈의문박물관마을사업 부지는 경희궁 자이 아파트 재건축 조합 소유지였는데, 재건축 조합은 근린공원 용도를 조건으로 토지를 서울시에 기부채납했다. 서울시는 공원 용도를 문화시설 용도로 변경하기 위해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을 결정했다.
그러나 종로구가 이같은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토지 소유는 재정비촉진계획이 아닌 관리처분계획으로 정하는 것으로 2017년 변경인가 고시를 통해 종로구 소유임이 입증됐다”라는 것이 종로구 주장이다. 종로구 소유가 확인되면 토지 시가가 841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서울시는 토지임대료를 종로구에 지급하거나, 토지를 매입해야 한다.
○“5개 법령 위반 했다”
돈의문박물관마을 사업이 ‘세금 먹는 하마’가 된 것은 지자체들의 ‘실적내기용’ 사업 추진으로 예산 낭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사전 심의 절차를 서울시가 모조리 건너뛰었기 때문이란 것이 시의회 분석이다. 고병국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은 지난 18일 시정질문에서 “서울시가 1단계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5개의 법령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우선 2015년 12월30일 서울시는 SH공사와 사업대행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의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 현행법은 지자체가 산하 공기업에 사업을 넘겨 심사를 회피하는 걸 막기 위해 ‘채무부담의 원인이 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시의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심의를 제대로 거쳤다면 종로구와의 토지소유권 갈등도 해결할 수 있었다. 공유재산법에 따르면 서울시는 돈의문박물관마을 부지의 소유권을 주장하기 전에 시의회의 의결을 받아야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2017년 6월 30일 돈의문 박물관마을의 사업부지를 종로구로, 건축물을 서울시로 기부채납하면서 시의회의 공유재산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 서울시는 재정비촉진계획을 근거로 돈의문박물관마을 부지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도시계획위원회와 건축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건축공사의 사업 타당성을 심의하도록 한 재정비촉진계획 변경 절차를 심지어 착공한 뒤에서야 시작했다는 얘기다.
사업 타당성 조사를 완공을 눈앞에 둔 지난 5월14일에야 완료해 ‘지방재정법’을 무력화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시 타당성조사를 수행한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예산의) 기투입비율이 96.6%에 달해 조사의 실효성이 없다’며 조사 의뢰를 반려했다. 시 자체 기관인 공공투자관리센터도 “2단계 사업비의 산출근거와 공간 활용계획이 제시되지 않았다”며 ‘부적정’ 의견을 내기도 했다.
서울시가 2단계 사업에 대해서도 ‘편법’으로 투자심사를 진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돈의문박물관마을 2단계 사업은 기존의 경찰박물관을 개축해 추진하는 것이어서 행정안전부의 투자심사를 거칠 필요가 없어 시 자체적으로 투자심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현행 지방재정법은 행정안전부의 중앙투자심사를 40억원 이상 문화시설 신축의 경우에 받도록 하고 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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