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현 기자의 국회 삐뚤게 보기] 34세는 청년, 35세는 청년이 아닌가요?

입력 2019-11-29 09:33   수정 2019-11-29 09:39

[11월 29일(09:33)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조미현 정치부 기자)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청년기본법이 전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청년기본법은 취업난, 주거 불안정 등을 겪는 청년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종합적인 지원 방향을 담은 법안입니다. 여야 막론하고 비슷한 법안을 상정했습니다. 이날 회의에서는 특히 청년의 범위를 어떻게 규정할지를 두고 논의가 있었습니다.

청년 관련 총 6개의 법안은 청년 연령을 제각각으로 제시했습니다. 박홍근·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명수·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은 19~34세,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39세, 정병국 자유한국당 의원은 18~39세를 제안했습니다.

정부에서도 청년 연령을 부처나 정책마다 다르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은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구직 연령인 청년층을 15~29세로 정하고 청년 실업률을 계산합니다.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은 통계청과 마찬가지로 15~29세를 청년으로 규정합니다. 중소기업 인력지원 특별법과 고용보험법 시행령은 15~34세, 중소기업 창업 지원법은 39세이하로 각각 청년을 보고 있습니다.

결국 정무위는 논의 끝에 19~34세를 청년으로 정했습니다. 이 범위의 연령인 사람들은 혜택을 받을 길이 열린 것입니다.

소식을 접하고 바로 떠오르는 생각은 단순하게도 ‘35세는 어쩌나’였습니다. 청년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다양한 정부 정책의 기준이 될 것입니다. 여기서 역차별 여지가 생깁니다. 실제 과거 공공기관 등에서 정원의 3% 이상을 34세 이하 청년을 고용하도록 한 청년고용촉진특별법에 대해 직업의 자유 침해 및 평등권 위배 등을 이유로 헌법소원이 제기된 적이 있습니다. 34세 이상 취업준비생에게는 역차별이라는 겁니다. 헌법재판소 판결 결과 재판관의 위헌 의견이 다수(5명)였지만, 위헌 결정 정족수인 6명에 미달해 합헌으로 결정났습니다.

취약 계층을 위한 정책적 노력은 중요합니다. 우리 사회가 노인, 아동, 장애인 등 특정 계층을 지원하는 법안을 마련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청년층만을 지원하기 위한 별도의 법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청년기본법 상 청년에 해당하는 인구는 1101만4719명으로 전체 인구의 21.4%(2017년 기준)입니다. 전체 인구의 5분의 1이 지원대상에 포함됩니다. 정무위 검토보고서에서도 “청년층을 동질적인 집단으로 분류하여 접근하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며 “청년 세대의 고실업·저소득·저출산 등의 문제는 단순히 연령에 따른 문제가 아닌 정치·경제·사회 등의 복합적인 요인에서 기인하며, 청년층 내에서도 자산·소득·학력·지역 등 계층 분포가 다분화되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본과 독일을 제외하고 세계 주요 국가에서 청년 관련 지원법을 두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생각합니다. 별도 법안이 있는 일본(18~30세)과 독일(18~27세)조차 한국보다는 제한적인 범위로 청년을 설정했습니다.

청년은 우리 사회의 중추이지 시혜의 대상이 아닙니다. 이들이 자율적이고 창조적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궁극적 해법 아닐까요. (끝) /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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