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에 시달리던 직장인 우모씨(27)는 요즘 명상에 푹 빠졌다. 휴가차 놀러 갔던 리조트에서 제공하는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오랜만에 ‘꿀잠’을 잘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씨는 “수면에 도움이 된다고 해 참여했는데 조곤조곤한 명상 멘트에 집중하다보니 금세 잠이 들었다”며 “서울에서도 필라테스나 요가처럼 1 대 1 명상학원이 있으면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스트레스가 일상화되면서 정신건강 관리에 공을 들이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정신과 치료 및 상담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보니 대안 수단으로 템플스테이나 명상센터 등이 각광받고 있다.
특히 서울 근교 산속 사찰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명상을 하고 숲길을 체험하는 템플스테이가 인기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 따르면 2002년 템플스테이가 처음 시작될 당시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사찰은 전국 기준 33곳에 불과했지만, 작년에는 135곳으로 급증했다. 템플스테이를 체험한 사람도 작년 한 해 총 51만5418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불교문화사업단 관계자는 “최근 템플스테이가 현대인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서울대병원과 공동연구를 했다”며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다른 사람에 비해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잘 견디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참가 직후뿐 아니라 3개월 뒤까지 효과가 지속되는 등 장기적으로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또한 시간적·금전적 여유가 많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심리치료나 명상을 돕는 앱(응용프로그램)과 유튜브 영상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에서 한 명상센터를 운영하며 명상 콘텐츠를 올리는 유튜브 채널 ‘채환TV’의 구독자는 10만4000여 명에 이른다. 마인드카페, 트로스트 등 심리상담 앱은 정신과나 심리상담센터를 직접 방문하는 데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이 찾고 있다. 미국에서 만들어져 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는 명상 앱 ‘캄’은 지난달부터 삼성헬스와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일부 대기업은 아예 사내에 심리센터를 두고 직장인들의 스트레스 관리에 나섰다. 2005년부터 사내에서 명상실과 심리카페를 운영해온 LG디스플레이는 직원 자녀의 진로 고민 등 각종 가족 상담을 해주고 있고, 폐교를 개조해 힐링센터를 운영 중이다. 한 대기업 직장인 김모씨(28)는 “최근 사내 심리상담센터에 상담 문의를 했는데 이미 예약이 꽉 차 한참을 기다려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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