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연작인 MBC 수목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어하루)를 마친 배우 김혜윤의 말이다. 지난 21일 종영한 ‘어하루’는 자신이 만화 속 캐릭터임을 깨달은 여고생 은단오(김혜윤 분)가 엑스트라 역할을 거부하고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모험을 담은 작품. 김혜윤은 두근거리는 로맨스부터 천연덕스러운 코믹 연기까지 훌륭히 소화했다. 전작 ‘스카이 캐슬’에서의 까칠하고 예민했던 예서와는 180도 다른 이미지로 변신한 그는 “예서의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단오와 예서의 다른 점을 보여주기 위해 많이 고민했어요. 두 인물은 살아온 환경도, 매력도 너무 다르거든요. 전작의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코믹한 매력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부족한 부분도 많았지만 감독님과 스태프, 다른 배우들에게 의지하며 같이 잘 만들어서 뿌듯합니다.”
김혜윤은 극중 만화 ‘비밀’에서 설정값대로 움직이는 ‘스테이지’의 단오부터 운명을 바꾸려는 ‘쉐도우’의 단오, 또 다른 만화 ‘능소화’의 단오까지 1인 3역과도 같은 연기를 했다. 표현하기 어려운 설정인데도 말투, 눈빛, 행동으로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그러나 김혜윤의 자기 평가는 냉정했다. 그는 “내 연기 점수는 100점 만점에 10점”이라고 말했다. “좀 더 시간이 있었다면 훨씬 나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커요. 제 성격이 좀 그래요. 쉽게 만족하지 못하고 열등감이 많죠. 늘 철저히 계획한 대로 살아가려 하고, 그걸 못 지키면 스스로 자책합니다.”
2013년 KBS2 ‘TV소설 삼생이’로 데뷔한 김혜윤은 이후 5년간 단역만 연기해왔다. 그래서 엑스트라를 거부하는 단오에게 더욱 공감했다. 그는 “(단역 시절) 행인 역할을 할 때는 대사 한마디라도 있었으면 했고, 대사가 생기면 배역 이름이 주어지길 바랐다”며 “이름이 생기니 고정으로 출연하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단오의 목표는 주인공이 되는 게 아닙니다. 대사에도 나오듯이 밥 먹고 싶을 때 먹고, 놀고 싶을 때 노는 거죠. 결국 행복하게 사는 게 궁극적인 목표인 것입니다. 저 역시 주인공을 꿈꿨다기보다는 좀 더 나은 삶을 꿈꿨던 것 같아요.”
무명 생활을 거쳐 ‘20대 대세 여배우’로 급부상한 김혜윤. 그는 순식간에 주변 여건과 상황이 달라진 올해를 “한여름 밤의 꿈”이라고 표현했다.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얘기다. 다음 목표는 뭘까.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24세 대학생이요. 목표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되는 겁니다. 조금은 부끄럽지만 꼭 지켜졌으면 좋겠습니다.”
글=태유나/사진=조준원 한경텐아시아 기자 youyou@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