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CT 벤처, 글로벌 유니콘으로 성장 돕겠다"

입력 2019-12-01 18:05   수정 2019-12-02 02:07

지난 6월 말 팀 회트게스 도이치텔레콤 회장은 SK텔레콤을 방문해 5세대(5G) 이동통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양사는 유망한 5G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으로 키우기로 했다.

그로부터 넉 달 뒤인 지난달 초, 도이치텔레콤 산하 전문 투자회사 DTCP(Deutsche Telekom Capital Partners)가 한국에 아시아 첫 번째 사무소를 열었다. 초대 지사장엔 페이스북 자회사 오큘러스의 서동일 창업자(사진)를 선임했다.

서 지사장은 지난달 29일 기자와 만나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혁신적인 ICT 벤처기업이 많은 국가”라며 “이들의 해외 진출을 돕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페이스북보다 먼저 싸이월드를, MSN보다 먼저 네이트온을, 스카이프보다 먼저 다이얼패드를 내놓은 국가”라며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뛰어난 벤처가 많다”고 했다. 다만 “중국에 비해 유니콘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며 “시장이 작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서 지사장은 이어 “한국 ICT 벤처가 세계적인 기업 또는 유니콘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해외 진출이 관건”이라며 “한국 ICT 벤처의 해외 진출과 사업 확장을 도와 유니콘이 되는 토대를 마련해주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정부의 4차 산업혁명 투자 성과가 나타나는 ‘제2차 벤처 붐’ 직전에 있다”고 판단했다. “정부가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빅데이터 등에 전략적으로 투자한 성과가 곧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DTCP가 서울에 아시아 사무소를 열기로 한 배경이기도 하다.

그는 “DTCP는 주로 5G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분야의 성장 단계에 있는 B2B(기업 간 거래) 벤처에 투자해왔다”며 “한국에선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벤처가 많은 점을 감안해 이 분야 기업도 눈여겨볼 것”이라고 말했다.

DTCP 서울사무소는 독일 함부르크, 미국 실리콘밸리,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이어 DTCP의 네 번째 글로벌 사무소다. 2015년 출범한 DTCP가 운영 중인 투자자산 규모는 17억달러(약 2조원)에 이른다. 1차 투자한 13개 기업 가운데 4개 기업이 상장했거나 매각 완료했다. SK텔레콤은 DTCP가 운영하는 펀드에 3000만달러(약 354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서 지사장은 2014년 페이스북에 팔린 가상현실 기기업체 오큘러스의 창립자 8명 가운데 한 명이다. 오큘러스가 페이스북에 매각된 뒤 페이스북에서 근무했다. 이후 VR 콘텐츠업체 볼레크리에이티브를 창업하기도 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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