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중국 최대 투자전문회사 힐하우스캐피털과 손을 잡았다. 국경을 넘어 해외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한 전략적 동맹이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와 경영계에 따르면 SK그룹의 중국 지주회사 SK차이나는 최근 이사회를 열어 힐하우스캐피털과 1조원 규모의 공동 투자펀드를 설립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SK차이나가 1000억원을 출자하고 나머지 9000억원은 힐하우스가 댄다. 힐하우스는 중국 최대 인터넷기업 텐센트와 소셜커머스업체 메이퇀에 투자한 이력이 있다. 한국에선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과 새벽배송으로 유명한 마켓컬리에 투자했다.
이 펀드는 중국 시장에서 SK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키우는 데 투자한다. SK그룹의 신사업을 비롯해 SK하이닉스 등 그룹 계열사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벤처기업 및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SK가 중국 최대 사모펀드 및 벤처캐피털을 거느린 힐하우스와 손잡으면서 중국 투자시장에 탄탄한 교두보를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투자 펀드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려는 움직임은 다른 대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GS그룹은 지주사 (주)GS와 GS에너지, GS리테일 등이 출자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투자펀드를 수천억원 규모로 조성하고 있다.
<hr >
SK그룹 사업과 시너지 낼
중국 벤처기업 발굴 '탄력'
힐하우스캐피털은 중국 최대 투자 전문회사다. 2005년 2000만달러(약 234억원)의 자본으로 시작했다. 출범 14년 만에 미국 뉴욕과 중국 베이징, 홍콩, 싱가포르에 지사를 두고 500억달러(약 59조원) 이상을 굴리는 대형 투자사로 성장했다. 텐센트 설립 초기인 2005년 이 회사에 투자해 대박을 터뜨렸다. 2억5500만달러를 투자한 중국 대형 온라인 쇼핑몰 징둥(JD닷컴)이 2014년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하면서 39억달러의 투자금을 회수해 15배의 이익을 남기기도 했다.
한국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벤처캐피털(VC) 세콰이어캐피털, 싱가포르투자청(GIC) 등과 함께 음식배달 앱(응용프로그램)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 300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는 새벽배송으로 유명한 마켓컬리에 350억원을 넣었다.
SK차이나는 2010년 SK그룹의 중국 사업을 총괄하기 위해 설립된 현지 지주회사다. SK그룹의 지주사인 SK를 비록해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 핵심 계열사들이 이 회사 지분을 12~27.4%씩 나눠 갖고 있다. 이사회 의석도 한 석씩 차지하고 경영에 참여한다.
SK그룹은 적극적으로 투자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와 공동 펀드를 설립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17년 KEB하나은행과 110억원 규모의 1호 펀드를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신한금융그룹과 200억원 규모의 2호 펀드를 결성했다. 지난달 초에는 이재웅 쏘카 대표, VC인 옐로우독, 산업은행 등과 500억원 규모 펀드를 결성해 일자리 창출과 취업 지원, 사회공헌 활동 관련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9월에는 교직원공제회와 손잡고 1조2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SK가 바이오·제약과 반도체 소재, 신재생에너지 등 분야에서 투자처를 발굴하면 교직원공제회가 SK와 같은 액수의 투자금을 대는 방식이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IMM인베스트먼트와는 베트남 1, 2위 민영기업인 빈그룹과 마산그룹에 1조원 이상을 공동으로 투자하기도 했다.
김채연/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