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유지의 기본인 국세는 법인세·소득세·부가가치세가 중심축이다. 이들 3대 세목 중 법인세는 물론 소득세도 기업 경영실적에 많이 의존한다. 국내 20대 기업의 올 1~3분기 법인세가 13조219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동기의 25조4153억원과 비교하면 반 토막 났다. 삼성전자만 13조6694억원에서 6조2013억원으로 줄었다. 몇 년간 법인세수를 화수분인 양 여기며 재정지출에 거침없던 정부는 내년부터 적자국채 발행에 기대야 한다. 몇 년이나 버틸지 걱정이다.
최대 세원(稅源)인 것만이 아니다. 좋은 일자리,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도 기업에서 나온다. 의식주, 교통과 통신, 의약품과 기호품, 책과 오락서비스, 이 모든 게 기업 경영의 산물이다. 온라인·모바일의 온갖 정보와 네트워킹까지 기업이 제공한다. SK하이닉스가 내는 지방세를 보면 지역경제도 기업이 좌우하는 곳이 많다. 올해 3000억원이 넘는 이 회사의 법인지방소득세가 내년에는 500억원으로 쪼그라들 것이라고 한다.
기업이 경제의 중심이 됐고, 때로는 치열한 국가 간 다툼도 대신하지만 반기업 정서는 좀체 사라지지 않는다. 시장경제의 종주국으로, ‘기업천국’이라는 미국에서도 그렇다.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응답자의 절반을 넘는 조사 결과도 흔하다. 한국도 다르지 않은 걸 보면 반기업 정서가 유행인지 모른다.
그래도 이런 왜곡된 기업관을 바로잡기 위한 지식인들 노력이 미국에서는 활발하다. (타일러 코웬 조지메이슨대 교수 지음)도 그런 책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맥킨지가 선정하는 ‘2019 최고 경제경영서’에 후보로 오른 신간이다. 국내에서도 <기업을 위한 변론>이라는 제목으로 막 번역 출간돼 주목을 끈다. 기업을 키워 나가는 국가, 죄악시하는 나라 중 어디가 번영하고 누가 이길까.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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