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KBS가 "수신료가 아깝다"는 일부 시청자의 지적에 대해 인정하고 신뢰 회복을 위한 콘텐츠 향상을 약속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불거진 김경록 PB 인터뷰, 독도 소방헬기 사고 영상 미제공, KBS 적자 문제 등에 대해 하나하나 되짚으며 개선안을 전했다.
12월 2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양승동 KBS 사장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이훈희 제작2본부장, 황용호 편성본부장, 임병걸 전략기획실장, 김종명 보도본부장이 참석했다.
양승동 사장은 먼저 인삿말을 통해 사과했다. 그는 "김경록 PB 인터뷰 보도와 독도 소방헬기 영상 관련 논란이 있었고 수신료 분리 징수 청원이 20만 명을 넘기도 했다"면서 "언론의 날선 비판도 아팠지만 공영방송 KBS의 주인인 시청자들이 주는 질책이 더욱 무겁게 다가왔다"고 밝혔다.
이어 "KBS 내에서 성찰과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계기가 됐고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이자 공영미디어로 거듭나기 위한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대정신과 시청자 감수성을 존중하고 친절하고 깊이 있는 뉴스를 지향하기 위한 지상파 최초의 여성 메인뉴스 앵커 발탁, 그리고 받아쓰기 관행을 없애기 위한 출입처 제도 혁파 선언이 그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KBS의 '공'에 대해 강조했다. 양 사장은 "고성 산불을 계기로 기존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재난방송을 수행할 수 있게 했다"면서도 "콘텐츠에서도 뚜렷한 변화의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양 사장은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 '왜 그래 풍상씨', '하나뿐인 내편'과 전 채널을 통틀어 올해 최고의 드라마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동백꽃 필 무렵'은 KBS 드라마가 이뤄낸 주목할만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슈퍼맨이 돌아왔다', '살림하는 남자',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편스토랑'은 예능 명가 재건이 멀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1박2일 시즌4'와 함께 본격적으로 가동될 주말 편성 변화는 올해보다 내년을 더 기대하게 만든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양 사장은 "KBS는 내년에도 올해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정진해 나갈 계획"이라며 "최우선으로 방송제작 규범을 재정비하고 교육을 강화해 KBS 모든 직원이 공영 방송인으로 사회적 책무를 더욱 가슴 깊이 새기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출입처 제도 개선과 취재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혁신해 나가고 지역 뉴스의 경쟁력 강화 및 지역성을 살린 콘텐츠 개발을 통해 지역국 활성화를 계속 추진하겠다"면서도 경영 혁신을 통한 재정 안정화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드러냈다.
◆ 김경록 인터뷰 검찰 유출 의혹 "기자-데스크 지혜로운 판단 필요"
KBS는 앞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의 자산관리사인 김경록 PB 인터뷰를 검찰에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논란이 됐다. 성재호 당시 KBS 사회부장은 사내게시판을 통해 보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양승동 사장은 이에 대해 "현장 기자의 기획 의도가 있을 수 있고 인터뷰 대상자도 말하고자하는 취지가 있을 것인데 두 가지가 충돌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기자가 편집해 보도할 수 있었다고 보지만 인터뷰에 응한 사람의 취지도 다른 보도로 살려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고 본다"면서 "지혜로운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독도 소방헬기 사고 영상 미제공 논란 "재난방송 인지 부족, 교육 시스템 갖출것"
독도 소방헬기 영상 미제공 논란에 대해 양승동 사장은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라는 인지 부족에서 온 대처 미흡"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10월 31일 소방헬기는 독도 앞바다에서 손가락 절단 응급환자를 이송하다가 추락했다. 3일 뒤인 지난 11월 2일 KBS는 '뉴스9'에서 헬기 추락 전 이륙 모습이 담긴 영상을 단독 보도했다.
보도 이후 논란은 커졌다. 해당 직원이 독도경비대에 영상을 촬영하지 않았다고 거짓말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양 사장은 "독도에 설치된 파노라마 카메라를 가지러 갔던 KBS 직원이 우연히 호기심에 이륙 장면을 촬영했고, 이를 독도 경비대에 공유 요청을 받았는데, 촬영 자체가 문제될 수 있어서 없다고 처음에 답을 하면서 상황이 꼬였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명확하게 이 직원이 처신을 잘못했다.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라는 인지가 부족했다. 다급한 상황이었어도 그렇게 대처해선 안됐다"라며 "방송인윤리강령을 감안해서 철저하게 연수교육 시스템을 갖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양 사장은 "해당 동영상은 사고가 발생한지 3일 째 되는 날 '9시 뉴스'를 통해 보도가 됐다. 이 동영상의 논란이 있었는지, 충분히 검증이 안된 상태로 급하게 방송된 점에 대해 사과를 드린다. 그 부분에 대해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에게 사과드린다"고 머리 숙였다.
아울러 "현재 해경이 수사 중이다. 적절한 기회에 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양 사장은 지난 11월 6일 독도 소방헬기 추락사고 유족들을 만나 사과하려 했지만 유족들을 제대로 만나지 못한 채 쫓겨나듯 나와야만 했다.
임병걸 KBS 전략기획실장은 "유족들과의 대면 사과를 못했던 이유는 해당 직원이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이기 때문"이라며 "이 상황에 대해 해경에서 오셔서 현장도 확인했고 직원의 진단서도 있다. 유가족이 많이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해당 직원에 대한 감사를 내부적으로 진행했다. 유족들의 요구에 의해 오늘 오후에 설명을 드리려고 한다. 저희가 유족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 "KBS=기울어진 운동장"…수신료 인상보다 KBS 신뢰 우선
최근 KBS 수신료를 납부하지 않게 해달라는 청원에 동의한 국민이 20만 명을 돌파했다. 청원인은 "현재 KBS 수신료는 전기세에 포함되거나 아파트 관리비에 포함되어 강제 징수되고 있다"면서 "KBS 법조팀과 검찰의 유착관계로 의심되는 정황이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알려졌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대표하는 공영방송의 파렴치한 행태에 국민들은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며 “국민들은 진실을 알 권리가 있으며 국민의 눈과 귀를 막는 뉴스를 방송하는 공영방송에 수신료 납부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EBS '펭수' 인기를 타고 공영방송의 범주에 EBS도 들어간다면서 수신료를 높여달라는 청원도 잇따랐다. 지난해 기준으로 KBS의 수신료 매출은 전체 재원의 46.0%(6595억원), EBS는 7.4%(185억원)에 불과했다.
양승동 사장은 "시청자들이 KBS에 대한 신뢰를 회복한다면 수신료 분리 징수 보다는, 32년째 수신료 동결이 되어 있는데 그 사실을 인식해 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실거라고 생각한다"면서 "KBS 콘텐츠 향상과 신뢰 회복이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광고 시장에서 지상파가 부딪힌 문제가 있다. 디지털 광고 시장도 성장하고, 수입이 구조적으로 줄어있는 상황"이라면서 "수신료가 32년째 동결 상태이니 KBS 경영이 공적책무를 이행하지 못할 수준이며 지역방송을 획기적으로 활성화 하고 싶은데 재정문제 때문에 충분하지 못하도록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임병걸 전략기획실장은 "올해도 상당한 적자 예상된다"면서 "콘텐츠를 확대하고, 운영을 효과적으로 절감해야 한다. 하지만 (적자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결국 광고 수익"이라고 강조했다.
이훈희 제작2본부장은 적자문제에 대해 "광고의 지상파 점유율이 무서운 속도로 내려가고 있다. 15~20%가 빠져나가는 상황"이라면서 "추락의 속도를 최대한 막아내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이어 "자력으로 뒤집기엔 한계가 있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KBS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놓여져 있다"면서도 콘텐츠 다각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인 뒤 KBS 재정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임병걸 전략기획실장은 "콘텐츠가 좋아지면 국내외 판매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지금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고, 유튜브 등을 통해 콘텐츠를 판매할 예정"이라고 방안을 밝혔다.
또 "500억 원의 절약 방안을 세웠다. 비용을 줄이면서, 올해보다 조금 더 좋은 콘텐츠로 수익 부분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황용호 편성본부장은 "KBS 전체 경쟁력은 현재 괜찮은 편이다. 수도권 가구 시청률은 KBS1이 제일 높고 2위가 SBS, 3위가 KBS2다"라면서 "목표는 단순 주시청 시간에 만족하는 게 아니라 보다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시청자들이 수신료에 동의할 수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동체를 위한 가치를 어떻게 콘텐츠화 해서 만들지 많이 고민하고 있다.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싱글맘에 대해 따뜻한 시선으로 만든 '동백꽃 필 무렵'과 같은 드라마를 많이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종명 보도본부장은 내정자 시절부터 출입처 제도의 점진적 폐지를 내세워왔다.
그는 "한국과 일본이 출입처 제도가 강하다"며 "미국과 유럽은 국방부, 백악관 등만 제외하고 출입처 시스템에서 벗어나있다"면서 "공영방송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단순 사실 전달보다 의미, 맥락, 해석을 해줄 수 있는 쪽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본다. 분야, 영역, 주제별 이슈를 통해 정보를 충실히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출입처 폐지로 생기는 공백은 전문가 집단의 뉴스 관여, 빅데이터 등 데이터 저널리즘 활성화, 시청자 제보 활용 등 시민 참여 확대 등으로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최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로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지상파 3사 보도본부장이 회동을 했다는 보도에 대해서 "사회 인사들과의 '만남'의 자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KBS 사장이 선출되는 과정과 제가 보도국장이 되는 과정에서 정치적으로나 경제 권력으로부터 조금의 영향도 받지 않는 구조 속에 있다"면서 "부처 장관, 사회적 영향력을 미치는 인사 등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만남이 부적절하다는 형태의 보도도 있는데, 기사에도 나와있다. 'KBS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고 한 것도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전 10년과 지금 KBS의 차이라 한다면 정치·경제 권력으로부터 조금의 영향도 받지 않는 구조에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양승동 사장은 "양승동 "보도본부장 등 인력들이 다양하게 취재원을 마난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과거에 비해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청와대 비서실장을 만났다는 것에 대해 미디어오늘 기사도 보고 얘기도 들었다. 상견례와 같은 자리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과거에도 전임 본부장들 만난적이 있다"고 거들었다. 또 "단독으로 만난 것은 아니지 오해 소지가 있기에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양 사장은 마지막으로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는 당연히 독보적인 신뢰도를 가지고 믿고 보는 뉴스가 되어야 한다고 선언했으나 몇가지 실수가 있어 논란이 됐다"면서 "현재는 일방향이 아니라 쌍방향의 시대이며 개인의 의견이 순식간에 확산되고 여론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방적인 공급자적 시각이 아니라 시청자적, 이용자적 관점으로 계속 유지하고 지켜갈 수 있도록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면서 "어떻게 보면 시행착오 기간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새로운 보도국 인사를 했고, 취재 제작 시스템 혁신 방안을 만들고 있다. 조만간 KBS 뉴스 변화하고 믿을만한 뉴스라는 것을 입증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