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손편지에 담긴 '안전사회 소망'

입력 2019-12-02 18:20   수정 2019-12-03 00:04

지난 4월 충북 진천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보낸 편지를 받았다. 오랜만에 받아본 손편지에는 보다 안전한 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아이들의 소망이 담겨 있었다. 답장을 보내 학교를 직접 방문하겠다고 약속했고, 9월에 학교를 찾아 ‘일일 안전교사’로 아이들을 만났다. 할아버지 장관을 반갑게 맞아줬고 안전벨트 매기 등 생활 속 안전수칙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안전을 바라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학교를 다니고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어른들의 책임이다. 그럼에도 등하굣길, 통학차량 등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접할 때마다 ‘조금 더 꼼꼼히 점검하고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예방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곤 한다. 어른들의 부주의로 아이들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얼마 전 진행된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서 스쿨존 교통사고를 전하는 한 부모의 의견에 많은 분들이 공감했다.

어린이 교통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당정협의를 거쳐 어린이보호구역에 과속단속 카메라와 신호등을 설치하는 예산을 1000억원 증액하기로 합의했다. 안전표지, 과속방지턱, 옐로카펫 등 교통 환경을 함께 개선해 아이들의 안전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병행해 어린이 안전을 최우선의 가치로 생각하고 배려하는 의식이 정착돼야 한다. 교통안전 시설물이 설치되거나 변경되면 다소 불편이 늘어날 수 있겠지만 안전한 환경 조성을 위해 불편을 감수하는 성숙한 사회문화가 필요하다.

체험을 통한 안전교육의 중요성도 놓칠 수 없다. 선진국들은 생활안전수칙을 초등학생 때부터 익힌다. 어릴 적 한 번 배워놓으면 자연스럽게 몸에 배는 자전거 타기처럼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복적 체험을 통해 학습된 안전습관은 재난과 사고로부터 평생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다.

서울 은평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지난 6월 발생한 화재는 안전습관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당시 학교에 있던 100여 명의 학생들은 평소 익힌 행동요령에 따라 신속하게 대피했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화재였지만 인명피해 없이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손편지에 담긴 아이들의 바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예방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으로 재난·사고 예방체계와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고 안전제도와 의식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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