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이달의 으뜸중기제품’으로 선정될 만큼 승승장구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사업에 실패했고 파산까지 했다. 다시 털고 일어나 새 사업에 도전한다. 정석훈 비즈파파 대표(사진)는 진솔한 실패 경험담을 인정받아 최근 열린 중소벤처기업부의 ‘2019년 혁신적 실패사례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첫 창업은 2003년이었다. 숭실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만도기계를 다니던 정 대표는 ‘코소아’를 설립했다. 초기엔 전자부품을 수입해 삼성전자 등에 공급하다가 2008년부터 자동차 전장용 전자회로부품을 중국 인도 등에 수출했다. ‘500만불 수출의 탑’을 받을 만큼 꾸준히 성장했다.
그러던 중 지방암 판정을 받았다. 수술 뒤 몇 달간 병상에서 지내다 보니 머리를 자주 감지 못하는 게 가장 불편했다. 정 대표는 퇴원한 뒤 요양하면서 물 없이 편하게 머리를 감을 수 있는 샴푸를 개발했고 2013년 6월 천연 드라이샴푸 ‘더샴푸 350’을 선보였다. 그는 “중소기업이 자기 브랜드를 내건 신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해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였다”며 “그래도 열심히 뛰었다”고 했다. 5년간 만난 고객은 32개국 434명에 달했다.
수출 물량이 늘어갈 무렵인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이 시작됐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영향으로 직격탄을 맞은 업종이 자동차와 화장품이었는데 코소아는 양쪽 다 해당됐다. 자금난은 심해졌고 부채는 26억원으로 불어났다. 결국 작년 회사를 폐업했고 살던 아파트는 경매로 넘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얼마 전 면책 결정을 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 8월 ‘비즈파파’라는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증을 다시 냈다. 급성장하는 반려동물 시장을 겨냥해 애완동물을 위한 차량용 복합 카시트를 개발하고 있다. 그는 “회사 수익을 넘는 대출은 하지 않고, 신규 사업은 운영자금을 확보한 뒤 진행하는 등 나름의 원칙을 세웠다”며 “한 번 주저앉아 보니 어떻게 하면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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