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여 년 전 한반도 남부에 살던 사람들의 얼굴이 삼면에 새겨진 토기가 출토됐다.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인 화랑문화재연구원은 경북 경산 소월리 유적에서 5세기께 제작된 사람 얼굴 모양 토기(투각인면문옹형토기, 透刻人面文甕形土器) 한 점을 발견했다고 3일 발표했다. 사람 얼굴 모양이 들어간 토기는 그동안 경남 진주 중천리 유적, 전남 함평 금산리 방대형 고분 등에서 출토됐다. 하지만 이번 출토품처럼 세 개의 표면에 돌아가며 구멍을 뚫어 사람 얼굴 모양을 표현한 토기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발견된 토기는 높이 28㎝ 정도로, 토기 윗부분 가운데 원통형으로 낮게 튀어나온 구멍을 뚫었다. 토기 옆면에는 같은 간격으로 원형 구멍을 뚫어 귀를 표현했다. 각 구멍 사이에 만들어진 세 개의 면에는 조금씩 다르게 표현한 얼굴 무늬를 새겼다. 각각 무표정하거나 심각한 듯하거나, 말하는 것 같은 인상을 자아낸다.
두 눈과 입은 기다란 타원형으로 밖에서 오려냈으며, 콧구멍에 해당하는 작은 구멍 두 개는 안에서 밖으로 찔러 만들었다. 또 콧등을 중심으로 양쪽을 살짝 눌러 콧등을 도드라지게 표현했다. 사람 얼굴 모양 토기는 지름 1.6m가량 원형인 구덩이에서 수습됐다. 건물터 사이 한쪽 빈 공간에 마련한 이 구덩이에서 토기는 내부 조사가 절반 정도 이뤄진 상태에서 확인됐다. 토기와 함께 바닥을 의도적으로 제거한 시루 한 점이 출토됐다. 시루 몸통 중간 지점에는 소뿔 모양 손잡이 두 개가 부착됐다. 토기와 시루는 서로 결합해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화랑문화재연구원 관계자는 “토기의 제작 기법과 특징 등으로 미뤄 5세기 전반 또는 그 이전 시기에 제작된 것”이라며 “당시 유적에서 베풀어진 일종의 의례 행위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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