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3분기 국민소득’을 보면 명목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0.4%였다. 1998년 4분기(-5.3%) 후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0%에 그쳤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연간 명목 성장률도 1998년(-1.1%) 후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명목 성장률은 한 국가 안에서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현재 실생활 가격 그대로 반영해 산출한다. 기준연도인 2015년의 상품·서비스 가격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실질 성장률’보다 체감 경기에 더 가깝다. 명목 성장률이 낮으면 경제주체가 경제 성장을 체감하기 어렵다. 물가를 고려하면 실제 가계가 벌어들인 소득과 기업 영업이익 등은 덜 늘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명목 성장률이 떨어진 것은 실질 성장률이 낮은 가운데 물가(GDP 디플레이터)마저 급락했기 때문이다. 명목 성장률은 실질 성장률에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을 반영해 구한다. GDP 디플레이터는 국민 경제의 종합적인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것으로 소비뿐만 아니라 GDP를 구성하는 투자, 수출입 등과 관련한 모든 물가지표를 아우른다. 올해 3분기 GDP 디플레이터는 전년 동기 대비 1.6% 하락하며 1999년 2분기(-2.7%) 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작년 4분기(-0.1%), 올해 1분기(-0.5%), 2분기(-0.7%)에 이어 네 분기째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GDP 물가가 4분기 연속 뒷걸음질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한은은 내수 제품 가격이 둔화된 데다 수출 반도체 가격이 내려가면서 GDP 디플레이터의 낙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3분기 수출 디플레이터는 -6.7%, 내수 디플레이터는 1.0%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저물가→저성장→저물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장기간 이어질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GDP 디플레이터가 떨어진 것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수출 제품 가격이 하락한 여파”라며 “제품 가격이 내려가면서 수출 대기업이 투자를 주저하고 가계 소비도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투자 위축이 다시 물가를 끌어내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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