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맨" 2년 만에 꺼낸 트럼프, 北에 공개 경고

입력 2019-12-03 21:52   수정 2019-12-04 00:44


영국 런던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 현지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불렀다. 미·북 관계가 최악을 달리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사이 ‘말폭탄’이 한창 오가던 당시 사용한 표현을 2년 만에 다시 들고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로켓맨이라고 부른 표면적 맥락은 농담성 발언에 가까웠다. 그는 “나는 그를 좋아하고, 그도 나를 좋아한다”고 수차례 강조한 후 “김정은이 로켓 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로켓맨이라 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아시아 지역에 전쟁이 터지지 않았다는 특유의 과장된 수식어법을 다시 동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유머러스한 말엔 ‘칼날’이 숨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지금까지 수차례 단거리 미사일 또는 초대형 방사포 발사 도발을 한 데 대해 “단거리일 뿐” “어느 나라든 미사일 시험발사를 할 수 있다”고 감쌌던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을 좌시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올 들어 13번째 발사체를 발사했고, 지난달 23일엔 서해에서 해안포를 발사해 9·19 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했다. 조성렬 북한대학원대 초빙교수는 “과거 로켓맨 발언과는 다른 분위기인 건 맞지만 미국이 더 이상 북한에 양보할 생각이 없음을 확실히 나타냈다고 보인다”며 “연내 북한과 미국의 실무회담은 열리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 미국에 ‘연말 시한’을 상기시키며 비핵화 상응 조치와 관련한 결과물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이태성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가 미국에 제시한 연말 시한부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며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앞서 김계관 외무성 고문,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등 고위 당국자들이 잇따라 담화 발표나 공식 석상 발언 등을 통해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태성의 이번 담화 역시 이대로 해를 넘기면 내년부터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위협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북한이 제시한 연말 시한에 대해 “북한이 자의적으로 설정한 것”이라고 일축, 북한에 끌려다니지 않겠다고 밝혀 왔다.

김정은은 지난 2일 주요 정치적 결단의 무대로 여겨지는 백두산 삼지연군을 약 한 달 만에 다시 찾아 중대 결심을 또 앞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양강도 삼지연군 관광지구를 찾아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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