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서 청년들의 목소리는 미미한 상황이다. 필리버스터와 패스트트랙 등 각종 현안들과 총선 전략들이 물밀 듯이 쏟아지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청년들의 목소리는 배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경닷컴은 보수·진보, 좌·우 각 진영에서 미래 정치를 위해 뛰어든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도발적인 우파 청년들의 미래 설계(도.우.미)]와 [청년 진보들과의 기막힌 대담(청.진.기)]를 기획했다. 향후 각 진영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들과 대담을 이어갈 예정이다.
첫 순서로는 [도발적인 우파 청년들의 미래 설계(도.우.미) ①上과 下]가 지난주에 진행됐으며 이번주부터 [청년 진보들과의 기막힌 대담(청.진.기)]가 연재된다.
청.진.기 첫 대담 자리에서는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청년위원장, 한민호 정의당 강서구위원회 지역위원장,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을 초대해 청년 진보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청년 정치와 현안들에 대해 들어봤다.
◆첫 순서인 만큼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린다.
한 위원장(이하 한) "현재 정의당 서울 강서구위원회에서 지역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민호라고 한다"
신 위원장(이하 신)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맡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 후보로도 출마했고 그 이전 총선에서는 비례대표로도 출마했었다"
장 위원장(이하 장) "31만 청년 당원의 일꾼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 장경태다. 당에는 2006년에 왔고 이제 13년 정도 됐다. 하지만 꾸준히 무명이다. 열심히 정직하게 차근차근 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대학생 대변인 등을 거친 뒤 여기까지 왔다"
◆최근 이슈가 많다 보니 현안 먼저 몇 개 짚고 가겠다. 패스트트랙과 필리버스터 관련해서 하실 말씀이 많으실 것 같다.
장 "백 보 양보해서 쟁점법안 관련해서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비쟁점법안들이 있지 않은가. 민식이법, 하준이법, 청년기본법은 당연히 통과되기를 바랬는데 아예 논의 자체를 자유한국당에서 거부하더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반대하고 있지만 본인들 관심사는 선거법인데 선거법과 엮어서 모든 안건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혀와서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없다. 이번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는 합법적인 의회 폭거라고 생각한다. 제도상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필리버스터이지만 내용적으로 이번 필리버스터는 패륜정치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에게 패륜을 하는 것이고 정치테러를 하는 수준이라고 본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쟁점 법안들이 12월에 통과가 안 되더라도 이번에 비쟁점법안들은 통과시켜줄 줄 알았다. 지난해 손학규 대표가 단식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자고 했고 여야 5당이 합의를 하지 않았는가. 솔직히 민주당에게 유리한 제도도 아니다. 당내 지역구 28석이 줄어드는, 정치적 부담이 큰 것을 알고 있음에도 다당제 구조, 합의제 민주주의를 위한 제도, 민주당이 담지 못하는 다양한 목소리 담고자 하는 것에 동의하고 합의를 한 것이다. 1월 중에 논의 시작하자고 하고서 한국당은 논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례대표제 폐지를 갖고 오지 않았는가. 백번 양보해서 자신들의 안이 있다고 해도 여야 4당이 180석인데, 151석은 법률제정 권한도 있고 국회선진화법상 5분의 3이 합의한 안을 한국당은 또 거부한 것이다. 100석만으로 300석을 무시한 것은 국회선진화법을 무시한 것이다. 민주당이 제1야당일 때는 그래도 수권정당의 대표성을 인정하고 논의를 이어갔다. 그런데 한국당은 대화 의지 자체가 없다. 이번에 패스트트랙 상정 시기가 도래하고 예산안 통과되고 나서 본회의 개최를 희망했지만 한국당은 거부한 것이고 모든 국회 일정은 막혀버렸다. 저도 10년 넘게 당 생활을 했지만 이런 적이 처음이다. 대화할 수 없는 상대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벽과 이야기하는 기분이다"
신 "한국당이 생떼를 부리고 있다고 본다. 선거제도 개혁은 선진화와 함께 변화하는 것이 맞다. 우리나라 시스템은 병립형이다 보니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연동형을 채택하고 있다. 촛불혁명 이후에 한국당이 먼저 개혁을 하겠다고 해도 모자란 상황인데 여전히 떼를 쓰고 있다. 저로서는 이 선거제도 합의도 두 거대정당의 야합으로 생각했다. 예산안 통과를 위해 밀실에서 합의하지 않았는가. 연동형을 준연동형으로 합의한 것이고. 백번 양보해서 민주당이 한국당과 협상하기 위해 합의했다면 한국당은 반보라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해야 할 텐데 본인들도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원정수 축소를 내놨다. 떼를 쓰는 정치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당은 한국에서 사라져야 할 정당이라고 생각한다. 제대로 된 정치판이 되려면 민주당이 보수파로 자리를 잡고 정의당이 중도진보로 녹색당이 진보로 자리 잡아야 합리적인 정치가 될 것이다. 새벽이 오는 것을 한국당이 막고 있는 상황이다"
한 "필리버스터, 권한이고 합법적인 행동이다. 테러방지법 당시 민주당과 정의당도 하지 않았는가. 다만 문제는 한국당이 합의했던 법안들에도 필리버스터를 거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다. 거래할 수 있는게 있고 거래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민식이법을 거래의 대상으로 생각하는게 무슨 생각으로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이런 생각이 든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정치혐오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바라본다. 한국당이 너무 나갔다. 이런 사태를 보면서 일련의 과정과 맥락이 있다고 생각한다.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조금 더 야당을 설득했어야 한다고 본다. 한국당도 분명히 우리나라에서 30% 지지를 받는 집단이다. 나름의 신념이 있는 조직이다. 없앤다고 해서 없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5년 전만 해도 상황이 바뀌지 정반대이지 않았는가.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이 깨지지 않을 것 같았다. 이 상황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본다. 힘을 갖고 있는 정부여당이 조금 더 야당을 설득하려 해야 한다"
◆한 위원장이 말한 것처럼 한국당과의 대화를 더 늘려가는 것이 맞다고 보는가.
장 "민주당을 선택한 이유 중에 가장 컸던 것이 한국당이 없어지지 않으면 우리나라 진보정치가 힘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진보정당이라고 보진 않는다. 중도보수 정당의 위치에 가야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등이 진보진영에서 뛰어놀며 의회가 건강해질 것으로 본다. 그러려면 한국당을 30석 정도로 눌러 앉혀야 한다. 어찌 됐든 한국당은 80석까지는 도달할 수 있는 정당이기에 저희도 협상의 파트너로 생각은 해야 한다. 선거제도를 100% 비례대표제로 해도 제1야당은 한국당이 될 것이다. 다만 너무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니까. 툭하면 의회를 무마시키는 정당과 대화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있다"
한 "몇 가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일단 양당제, 많은 정당들이 있기는 하지만 큰 정당이 두 개지 않은가. 소수정당들은 교섭단체가 아니기에 힘을 발휘 못 하고. 민주당과 한국당의 차이가 이념적으로도 크지 않다고 본다. 노동을 대하는 태도가 특히 그렇다. 그런데 싸울 때는 극단적이고 서로를 쓰러트리기 위한 정치만 한다. 그것은 소선거구제에 따른 양당제의 폐해 때문이다. 두 번째로 우리나라는 지난 정부도 그렇고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가장 책임이 있는 집단인데 상대와 실제 타협을 하려 하지 않는다. 지금도 5당 당 대표 회담을 얼마 전에 했는데 이뤄진게 없지 않은가. 서로를 쓰러트려야만 하는 구조가 지금의 국회를 만든 것 아닌가 싶다"
신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것은 대부분 한국당 아닌가. 타협 정치가 중요하기는 하다. 사이가 좋아진다고 해서 정치가 잘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때로는 패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한국당 이외의 정당들과 협상을 통해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도 실력이다. 한국당은 국회의 룰인 선거제도를 이야기할 때 한 정당을 어떻게 제외할 수 있냐고 하는데 그게 표결이다. 이게 대화와 타협을 안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다른 정당들과 선거제도 개혁, 검찰개혁 등에 대한 이야기를 더욱 긴밀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가 선거제도를 받지 말고 공수처를 받자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데 민주당이 두 가지를 모두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면 다른 정당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본다. 이게 대화와 타협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장 "한국당과 민주당의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 안보관, 노동, 복지, 경제 등에 대한 접근방식은 분명 다르다. 결과적으로는 49대 51일수도 있지만 출발은 분명 다르다. 대화를 해보면 막힐 때가 많을 정도다. 대화와 타협을 위한 현존하는 세력으로 한국당을 인정하지만 정부여당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당 합의 없이 소위원회에서도 통과되는 것이 없다. 소수정당들의 의견이 더욱 반영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의석수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당들이 국정 운영의 파트너가 돼야 한다. 정의당이 의석수는 바른미래당보다 적지만 지지율은 높지 않은가. 그래서 청와대에서는 5당 회담을 이끌어가려 하는 것이다. 국회는 교섭단체 중심으로 가더라도 대통령은 소수정당들과 같이 가는게 가능하다"
한 "제가 대화와 타협을 이야기하는게 우리도 저런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당을 패싱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들을 악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과연 우리가 그렇게까지 할 만큼 대화의 노력을 했는가"
장 "엄청나게 했다. 예를들어 개헌의 경우 정개특위에서 2015년 12월부터 논의를 시작했다. 4년째다. 그런데도 한국당은 논의가 부족하다고 한다"
한 "개헌 같은 경우에도 통과시키려면 한국당에게 직접 짜오라고 해야 한다"
장 "논의를 다 해서 합의한 안들도 있다. 한국당이 양보할 수 있는 안들을 제시했다. 그리고 여야 5당의 대선 후보들이 다 개헌을 약속했는데 한국당은 거부했다. 우리 당은 대화와 타협하고 있는데 이분들이 늘 뛰쳐나가지 않는가"
한 "그럼에도 대화해야 한다고 본다. 이러다가 정의당이 제1야당이 돼도 패싱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장 "박근혜 정부 당시의 대화와 타협과 문재인 정부의 대화와 타협은 질적으로 다르다"
신 "정의당이 제1야당이 됐을 때 패싱당할 수도 있다. 다당제에서 정의당이 예를 들어 민주당이 여당으로 40%의 지지율이 있고 정의당이 11%라고 쳐보자. 다른 정당을 다 합치면 12%라고 해보자. 정의당과 협상이 잘 안 됐을 경우 다른 협상 대상을 고르는게 정치다. 정치가 대타협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과반을 넘는 표결을 해야 하는 것이 정치다. 건별로 다른 파트너를 찾는 것이 대화와 협상의 정치다. 모두와 결정을 내릴 필요는 없다"
한 "모두라기보다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
장 "민주당뿐만 아니라 바른미래당, 정의당도 인내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신 "정의당도 화가 많이 나 있지 않은가"
◆선거제도 개편 이야기가 나왔으니 관련 이야기를 조금 더 이어가 보겠다. 한국당을 보면 일관되게 선거제도 개편과 권력 구조 개편을 같이 이야기한다. 연동형 제도의 경우 내각제에서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신 "전형적인 가짜뉴스다. 연동형 제도를 하는 국가의 절반이 대통령제이다. 어차피 대선 때 개헌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그때 되면 내각제 이야기가 더 깊숙이 나올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이야기는 그때 가서 또 하면 된다. 지금은 선거제도 개혁을 국회 내에서 집중해야 하는 시기다. 좋은 기회를 없애고 개헌과 같이 가자고 하면 작은 문제도 풀지 않고 큰 문제를 풀겠다는 이야기다"
장 "저는 내각제에 반대한다. 현재 의회 구조가 민의를 반영하는 시스템이 된다면 고려할 수 있으나 내각제가 된다면 한국당이 가장 유리해진다. 총리선출권은 한국당이 다 가져갈 것이다. 현재 구조에서도 얼마든지 제1당으로 등극할 수 있는 정당이다. 그리고 아직 국민들이 직접선거에 대한 열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국회 간선의 국가 원수보다는 대통령제를 선호한다고 본다. 아마 간선 총리에 대한 신뢰도도 낮을 것이다"
한 "지금은 선거제도 개혁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는 신 위원장의 말에 동의한다. 그렇지만 길게 보면 한국 사회도 내각제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통 대통령제가 더 권력이 집중되는 제도, 더 강한 제도라고 생각하지만 정당이 통치하는 내각제가 훨씬 안정적이고 강한 제도다. 이제 한국사회도 내각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
※다음 내용은 [청년 진보들과의 기막힌 대담(청.진.기) ①-中]에서 이어집니다.
※다음주에는 [도발적인 우파 청년들의 미래 설계(도.우.미) ②]가 연재됩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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