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숨진 수사관 고래고기 때문에 울산 방문…하명수사 지시한 바 없다"

입력 2019-12-03 10:23   수정 2019-12-03 10:25



하명수사 의혹이 커지자 청와대는 2일 오후 늦게 이례적으로 장문의 서면 브리핑을 내놨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숨진 수사관 등 특감반원들이 울산에 간 건 울산시장 수사와는 무관하다"면서 숨진 수사관과 울산에 동행했던 현직 민정비서관실 직원의 진술까지 공개하며 하명수사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고 대변인은 "고인이 된 동부지검 A 수사관이 울산에 내려간 것은 울산시장 사건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면서 "'울산 고래고기 사건'에 대한 현장 대면청취 때문임을 다시 한 번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인과 울산에 동행한 민정비서관실 행정관(행정관 B)의 말을 전한다"면서 "B 행정관은 '김기현 사건에 대해 당시 전혀 몰랐고, 관심도 없던 사안'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B 행정관에 따르면 A 수사관은 지난달 21일(울산지검 조사 전날) 전화를 걸어 "울산지검에서 오라고 한다.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왜 부르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울산 고래고기 때문으로 밖에 없는데 왜 부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A 수사관은 한 시간 뒤 B 행정관에게 전화를 걸어 "솔직히 우리가 울산에 간 게 언제인지 알고 싶어 전화했다"라며 오히려 울산 방문시기를 물어왔다는 것.

수사 직후인 24일 고인은 또 다시 B 행정관에게 전화를 걸어와 "앞으로 내가 힘들어질 것 같다. 그런 부분은 내가 감당해야 할 것 같다. B 행정관과 상관없고, 제 개인적으로 감당해야 할 일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B 행정관은 울산 방문 경위에 대해서도 "울산 고래고기 사건으로 검찰과 경찰의 다툼이 언론에 크게 보도된 상황에서 2018년 1월 11일 고인과 함께 KTX를 타고 울산에 가게 됐다"면서 "우선 울산해양경찰서를 오후 3시쯤 방문해 고래고기 사건에 대한 내용과 의견을 청취하고 나왔다. 이후 나는 울산 경찰청으로, A 수사관은 울산지검으로 가서 각 기관의 의견을 청취하기로 했다. 나는 오후 5시 넘어서 울산경찰청에 있는 경찰대 동기 등을 만나 경찰 측 의견을 청취한 뒤 귀경했고 A 수사관은 울산지검으로 가서 의견을 청취하고 따로 귀경했다"고 했다.

고 대변인은 이렇게 숨진 A 수사관 동료 행정관의 발언과 행적을 소상히 밝히면서 "일부 언론에서 고인을 '백원우 첩보 문건 관여 검찰수사관'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특감반원'이라고 지칭하며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면서 "무엇을 근거로 고인을 이렇게 부르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청와대는 하명수사를 지시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청와대 해명대로 숨진 A 수사관이 단순히 고래고기 사건으로 울산을 방문했으며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면 이와 관련해 검찰에 명확히 설명하는 것이 어려울 리 없는데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노영민 비서실장은 고래고기 사건 때문에 울산에 내려갔다고 했는데 노 실장 말대로라면 고래고기 사건 때문에 고인이 목숨을 끊은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말을 어느 국민이 믿겠나. 노 실장 주장은 명백한 거짓이다"라고 주장했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권력의 핵심까지 연관된 범죄가 아니라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할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필요가 있었겠느냐"고 의문을 표했다.

A 수사관이 숨진 채 발견되기 하루 전날 6급·7급 실무진에 불과한 청와대 민정수석실 파견 수사관들을 지켜줘야 한다고 했던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은 이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백 전 비서관을 향한 분노를 쏟아냈다. 김 전 수사관은 “열심히 일한 (하급)직원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느냐”며 “처벌받아야 할 것은 부당한 일을 지시하고 시킨 권력자들”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수사관은 “백원우 너희들 벌 받는다”며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끝까지 버틸 거냐”면서 “(A수사관이) 잠도 몇 시간 못 자고 어떻게든 정보 한 건이라도 구해서 보고하려고 노력했던 사람”이라고 분노했다. 그는 “너희들이 사람이라면 이 직원을 죽을 때까지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며 “잘못한 거 있으면 다 불어”라고 호통쳤다.

A 수사관은 당초 1일 오후 6시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할 예정이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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