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이통사 넘어 ICT기업으로"…체질개선 이끈 박정호 사장 '연임 유력'

입력 2019-12-03 15:48   수정 2019-12-03 16:16


"SK텔레콤은 이동통신사로 불리기에 더 이상 적합하지 않습니다. 모바일을 초월하는 정보통신기술(ICT) 복합 기업이 될 겁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사진)은 올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9'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내 이통업계 1위에 만족하지 않고 미디어, 보안, 커머스 등을 아우르는 새로운 ICT 기업이 되겠다는 선언이었다.

실제로 올해 SK텔레콤은 5세대 이동통신(5G) 대응과 함께 ICT 사업을 확장해 매출의 절반을 비(非)무선 사업에서 이끌어냈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박 사장의 연임에 무게가 쏠리는 이유다.

SK그룹은 오는 5일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한다. 지난 8월 임원 직급을 폐지한 이후 첫 정기 인사다. 승진 없이 대표이사 선임과 신규 임원 선임만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1월 SK텔레콤 수장에 올라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박 사장은 연임에 무난히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대 사업 중심으로 ICT 사업 포트폴리오를 성공적으로 재편했다는 평가가 줄을 잇는다.

박 사장은 SK텔레콤의 체질 개선을 위해 작년 12월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이동통신 △미디어 △보안 △커머스 4대 사업부로 조직을 재편하고, 주요 사업부 산하에 5G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 모든 사업부에 5G 기술을 녹이겠다는 의도다.

인프라·연구개발(R&D) 체계도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중심으로 개편했다. 성장 사업은 가치 창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사물인터넷(IoT)·데이터, AI·모빌리티 등 2개 사업단 체제로 운영했다.

이같은 체질 개선의 성과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실적이었다. 올 3분기 전체 매출의 45%가 미디어·보안·커머스 사업 등 비무선 사업부에서 나왔다. 전년 동기(약 40%)보다 5%포인트가량 증가한 수치로 박 사장이 강조한 탈(脫)통신이 제대로 진전된 성적표라 할 수 있다.


임기 내 인수합병(M&A) 전술도 탁월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박 사장은 하이닉스 반도체 인수를 성사시킨 주역으로 업계 내 'M&A 귀재'로 꼽힌다.

안전·보안업계 2위인 ADT캡스 인수, SK인포섹을 자회사로 편입했고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도 진두지휘하고 있다. 올 9월에는 지상파 3사와 손잡고 통합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를 출범시켰다.

10월에는 ICT 경쟁기업인 카카오와 3000억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 소식을 깜짝 발표, ICT 산업 성장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5G 시장에서도 SK텔레콤은 기선을 제압했다. 4월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5G를 상용화했고 이통3사 중 최초로 지난 8월 5G 누적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KT보다는 1개월, LG유플러스보다는 2개월 빨랐다. 10월 말 기준 SK텔레콤의 5G 시장 점유율은 44.4%로 선두를 달렸다.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개편이란 숙제는 박 사장의 연임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 SK텔레콤은 지주사와 사업회사를 나누고 중간지주사 아래 SK하이닉스, SK브로드밴드 등 ICT 계열사를 배치하는 중간지주사 전환을 목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의 중심에도 박 사장이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SK그룹과 SK텔레콤은 연내 중간지주사 전환을 목표했지만 SK하이닉스 지분 확보를 위한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룹사 내에서 신임이 두터운 박정호 사장이 이 프로젝트의 시작과 마무리를 맡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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