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말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헤나 염색약의 마지막 피해자가 됐으면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자신을 헤나 염색 부작용 피해자의 딸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어머니가 헤나 염색 이후 피부 착색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밝혔다.
글에 따르면 글쓴이 어머니는 지난해 말 서울의 한 미용실에서 헤나 염색을 받은 이후 얼굴 전체가 착색되는 증상을 보였다. 증상이 악화돼 방문한 병원에서는 "헤나에 의한 색소성 접촉피부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글쓴이는 "헤나 업체 측에서는 부작용을 입은 피해자가 없다고 하며 강력히 부인했지만 헤나 부작용 카페와 모임을 통해서 해당 제품을 쓰고 피부 착색의 부작용을 입은 피해자들이 더 있음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분들 또한 업체 측에 전화했을 때 똑같이 자사 제품을 쓰고 피해 입었다고 하는 사람은 당신뿐이라는 뉘앙스로 말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년에 헤나 염색 피해자 사례가 늘면서 업체 또한 식약처에 판매정지가 됐다가 최근 포장을 전면 교체해 재판매를 하기 시작했다. 업체 측에서는 자사 제품이 안전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절대 아니다. 헤나 염색약의 부작용이 이렇게 심각한지 몰랐다"면서 "제3의 피해자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헤나 부작용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14일 '뉴스1'의 보도에 따르면 헤나 염색약으로 시술을 받은 뒤 부작용을 겪는 38명의 피해자는 메신저 대화창에 모여 피해 내용을 공유했다. 이들 역시 대체로 얼굴이 검게 변하는 증상을 호소했다.
일부 피부과 의사들은 헤나 염색으로 발생한 이런 색소침착 부작용을 화학물질에 의해 발병하는 '릴 흑피증(릴 흑색증)'의 일종으로 진단했다.
헤나는 인도와 네팔에서 자라는 열대성 관목 식물인 로소니아 이너미스의 잎을 말린 가루로 염모제나 문신 염료로 사용된다. 함유된 원성분이나 피부 민감도 등 사용자의 체질에 따라 피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5년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헤나 염색약 관련 피해 신고는 350건에 달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월 실태조사를 실시했지만 뚜렷한 부작용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이에 규제나 피해자에 대한 보상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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