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딛고 사수한 1조弗…'무역강국' 자존심 지켰다

입력 2019-12-04 15:25   수정 2019-12-0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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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은 3년 연속 무역액 1조달러를 달성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반도체 업황 부진, 일본 수출 규제 등 악재가 잇따랐지만 제56회 무역의 날을 맞은 올해도 ‘1조달러 무역강국’의 자존심은 지켜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녹록지 않다.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한 가운데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는 큰 타격을 받았다. 올해 수출은 주력 품목인 반도체 가격 급락으로 전년 대비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부정적인 내용만 있는 건 아니다. 동남아시아·인도 등 신남방 지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아지는 등 수출 다변화가 진전됐다.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비중이 늘어나고 바이오, 2차전지, 전기차, 문화콘텐츠 등 새로운 품목이 ‘수출 효자’로 부상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 같은 무역의 질 개선을 바탕으로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인다면 내년 수출 전망은 밝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동남아 시장·서비스 수출 늘려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간한 ‘2019 수출입 평가 및 2020년 전망’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수출은 전년보다 10.2% 줄어든 5430억달러, 수입은 5.5% 감소한 506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감소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것은 2009년(-13.9%) 이후 처음이다.

일각에서 올해 무역 규모가 1조달러를 밑돌 것이라는 비관적 관측을 내놨지만 연말 수출이 비교적 호조를 보이면서 1조달러 ‘턱걸이’에는 성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주 무역협회장은 “올해 세계 수출 상위 10개국 가운데 중국을 제외하고는 모두 수출이 감소했다”며 “한국은 반도체, 석유 관련 제품 등 경기 민감 품목 비중이 높아 글로벌 교역 단가 하락의 영향을 다른 나라보다 크게 받았다”고 말했다.

각종 지표가 대부분 나빠졌지만 부정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니다. 먼저 베트남, 싱가포르 등으로 수출이 전년 대비 증가하면서 신남방(동남아·인도) 지역 수출 비중이 올해 처음 2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 비중은 26.8%에서 24.8%로 낮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무역의 ‘아킬레스건’이었던 과도한 중국 의존도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한국산 제품 점유율은 견조한 것으로 분석됐다. 김 회장은 “2010년 이후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발전 가능성이 높은 동남아 지역으로 수출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서비스업 수출 비중이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다”며 “의료, 관광, 물류, 콘텐츠 등 서비스산업 육성에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기업에 편중돼 있던 수출도 분산되고 있다. 전체 수출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65.7%에서 올해 63.5%로 낮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중견기업 수출 비중은 16.7%에서 17.6%, 중소기업 수출 비중은 17.5%에서 18.8%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주력인 반도체가 올해 부진했지만 미래 수출 동력으로 꼽히는 전기차(전년 대비 103.3% 증가), 2차전지(4.6%), 바이오헬스(8.5%) 등의 수출이 늘어난 것도 긍정적이다.

내년 수출 3.3% 성장할 것

올해 주춤했던 수출은 내년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협회는 내년 수출이 약 5610억달러로, 올해보다 3.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입도 3.2% 늘어난 5220억달러에 달하면서 전체 무역 규모는 1조83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이 올해보다 10.2%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재고가 정상화하고 데이터센터 수요가 회복되면서 가격도 반등할 것으로 기대했다. 자동차 및 부품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친환경차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 올해보다 선전(수출 2.2%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석유화학은 국제 유가가 올해보다 소폭 하락하겠지만 수출 물량이 늘면서 올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휴대폰 등 무선통신기기, 철강, 디스플레이는 글로벌 경쟁 심화로 내년에도 어려운 한 해를 보낼 것으로 내다봤다.

무역협회는 수출 시장 다변화와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을 위해 기업과 정부 간 가교 역할에 집중할 방침이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간 만남도 꾸준히 주선하고 있다. 신승관 국제무역연구원장은 “내년 수출은 증가세로 전환하겠지만 세계 보호무역 기조 지속,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 등 불안 요인도 적지 않다”며 “환율·금리 변동 확대 등 단기 위험에 대응하면서 소재·부품산업 고부가가치화 등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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