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안내려고 분재 377점 은닉"…국세청, 체납자 6838명 공개

입력 2019-12-04 12:57   수정 2019-12-04 13:22



분재 수집가인 A씨는 종합소득세 수 억원을 내지 않으려고 꼼수를 썼다. 체납 발생일 직전 모든 부동산을 처분한 뒤 고가의 분재들을 모아 모처에 숨겼다. 국세청은 오랜 탐문 끝에 A씨가 분재를 은닉한 비닐하우스 4개 동을 찾아냈다. 이틀에 걸쳐 수 억원 상당의 분재 377점을 압류했다.

체납자인 B씨는 지인 명의 수입차를 타고 다니면서 작은 아들 주소지에 거주했다. 국세청 직원들이 압수수색하려 했으나 현관 문을 열어주지 않고 버텼다. 경찰 입회 후 강제로 문을 따자 현금 귀금속 채권 등 8억5000만원어치가 쏟아졌다. B씨 주머니에선 1억2000만원이 입금된 지인 명의 통장도 발견됐다. 국세청은 추궁 끝에 이 통장이 차명 계좌란 점을 확인했다.

국세청이 4일 세금을 상습적으로 내지 않은 개인과 법인 6838명의 명단을 국세청 홈페이지 및 세무서 게시판에 공개했다. 대상은 체납 발생일로부터 1년 넘게 2억원 이상 국세를 내지 않은 체납자다. 이들의 이름·상호(법인명)·나이·직업·주소·체납액 세목·납부기한 등이 공개됐다.

다만 2억원이 넘더라도 체납액의 30% 이상 납부했거나 체납 국세에 대한 이의신청·심사청구 등이 진행 중인 경우, 회생계획 인가 결정에 따라 체납액이 징수 유예 중인 경우 등은 이번 공개 대상에서 빠졌다.

올해 새롭게 명단이 공개된 고액·상습 체납자 중 개인은 4739명, 법인은 2099곳이었다. 이들이 밀린 세금은 모두 5조4073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과 비교하면 체납자는 320명 적지만 체납액은 1633억원 증가한 수치다. 개인 최고 체납액은 1632억원, 법인 최고 체납액은 450억원이었다. 국세청은 올들어 10월까지 민사소송 제기 및 형사고발 등을 통해 약 1조7000억원을 징수하거나 채권을 확보했다.

이석호 전 우주홀딩스 대표(양도소득세 등 체납액 66억2500만원),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종합부동산세 등 56억원), 김한식 전 청해진해운 대표(종합소득세 등 8억7500만원), 황효진 전 스베누 대표(부가가치세 등 4억7600만원) 등 이름이 알려진 기업인들도 명단에 많이 포함됐다.

‘구암 허준’ ‘아이리스’ 등 다수의 드라마 시나리오를 집필한 방송작가 최완규 씨도 양도소득세 등 13억9400만원을 내지 않아 체납자로 공개됐다.

국세청은 이런 악의적 체납자에 엄정 대응하고 체납 징수 업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내년부터 전국 세무서에 체납징세과를 별도로 신설할 방침이다. 세무서 체납징세과는 압류·공매 등 통상적 체납관리뿐만 아니라 악의적 체납자에 대한 추적조사 업무도 맡는다.

체납액이 5000만원 이상일 때 체납자 배우자는 물론 친인척의 금융 조회까지 허용하는 금융실명법 개정안이 지난 10월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국세청은 내년부터 악의적인 재산 은닉 행위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국세청이 공개한 체납자 상위 10명 명단.

△홍영철(46) 온라인 도박 운영업, 서울특별시 강서구 까치산로4길 75-37(화곡동), 부가가치세 등 1632억원 △송윤섭(64) 부동산임대업, 충청남도 천안시 서북구 번영로 306-15(백석동), 양도소득세 등 470억원 △최성민(49) 루멘인베스트먼트 도소매업,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대로9길 41(서초동), 종합소득세 등 407억원 △정승일(59) 거진개발 건설업,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70길 51(서초동), 종합소득세 등 361억원 △박정인(67) 비케이리소시스 금융업,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로153번길 7(동천동), 근로소득세 등 343억원, △강대후(66) 부동산임대업,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대방로9가길 7-9(신길동), 양도소득세 등 270억원 △JUNG GUN OU(56), 부동산임대업,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로 421(야탑동), 부가가치세 등 264억원 △박지우(46) 네이쳐메이드 도매업, 서울특별시 강남구 봉은사로 419(삼성동), 종합소득세 등 237억원 △노주환(42) 도소매업, 서울특별시 용산구 효창원로86다길 11-4(청파동1가), 종합소득세 등 206억원 △이화영(81) 부동산임대업, 경기도 화성시 동탄반석로 156(반송동), 법인세 등 177억원.

다음은 체납법인 상위 10곳 명단.

△코레드하우징(박성인) 건설업,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신수로 767(동천동), 근로소득세 등 450억원 △한서산업(이종원) 도소매업,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포승남로 532-6(포승읍), 법인세 등 295억원 △서전마트(이정봉) 소매업,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아미리 1006-4(부발읍), 양도소득세 등 181억원 △거진개발(정승일) 건설업, 경상남도 거제시 수양로 476(양정동), 법인세 등 143억원 △해성프로젝트(최추송) 부동산임대업,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8나길20(충무로1가), 법인세 등 135억원 △조양에스텍(최석찬) 서비스업, 서울특별시 서초구 고무래로 6-5(반포동), 법인세 등 132억원 △피엠엑스(김민정) 도매및상품

중개업, 경기도 부천시 소사로 908(고강동), 부가가치세 등 105억원 △아주건설(김성남) 건설업, 광주광역시 동구 천변우로 339(수기동), 법인세 등 100억원 △청목코리아(김갑수) 제조업, 경기도 화성시 장안면 3.1만세로 382-2(장안면), 법인세 등 86억원 △에이치제이메탈(이광섭) 도매업, 대구광역시 동구 장등로56(신천동), 부가가치세 등 85억원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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