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희 정면돌파, '뉴욕 여배우' 루머의 전말 "버닝썬이 어디죠?" [인터뷰]

입력 2019-12-04 16:41   수정 2019-12-04 16:49


배우 고준희가 오랜 침묵을 깨고 정면돌파에 나섰다. 새로운 소속사와의 전속계약 이후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자신을 둘러싼 황당한 루머들에 대해 일일이 언급했다.

고준희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정준영-승리 등이 단체 카카오톡 방을 조명 하면서 '뉴욕 여배우'로 지목되며 루머에 시달려왔다.

지난 3월 방송에서 공개된 카톡에는 2015년 일본 사업가 접대를 준비하던 승리 등의 대화가 담겨있다. 최종훈은 "승리야, XXX 뉴욕이란다"라고 말하자 승리는 "누나 또 뉴욕 갔어?"라고 물었다.

이후 승리는 고준희와의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비밀인맥"이라고 해시태그를 달았다. 이들이 이같은 대화를 나눴을 때 고준희는 뉴욕 여행 중이었고, 일각에서는 고준희를 '뉴욕 여배우'가 아니냐는 근거없는 추측을 내놨다.

고준희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다. 전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이 만료된 상황에서 출연을 앞두고 있던 작품('퍼퓸')에서 하차를 하고, 허위 사실이 찌라시로 양산되면서 루머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해왔지만 주홍글씨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4일 강남구 신사동 모처에서 만난 고준희는 대중에게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들을 조심스레 꺼냈다. 근거 없는 루머에 휩싸였던 여배우가 직접 기자들을 대면해 관련 내용을 말하는 방식은 이례적이었다. 말하는 순간 순간마다 입술은 떨렸고, 눈은 충혈됐지만 용기있었다. 고준희가 설명하는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사건'이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아요. '빙의'라는 작품이 4월 25일에 끝났는데, 그후 일어난 일이죠. 12월이니까,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게 됐어요. 해명을 하기 위해 용기내 이 자리를 만든건 아니에요. 저는 해명할 게 없고, 아직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상태입니다."

고준희는 왜 '그들'이 그 카톡방에서 자신의 이름을 언급했는지 알지 못했다. "사람들이 해명하라는데, 뭘 알아야 얘기를 하죠. 방송에선 실명이 안 나왔잖아요, 하루 아침에 저라고 정해놓고 '너 왜그랬어, 해명해봐'라고 해서 이해가 안됐어요. 1년 동안 저를 기다렸던 드라마에서 하차 통보를 받고 해외 스케줄도 다 중단이 됐죠."

고준희는 처음 자신의 이름이 거론된 뒤 5일이 지난 뒤 상황을 인지했다. 가족들에게, 친구들에게 연락이 오고서야 우려한 팬이 남긴 SNS 댓글에 답을 달았다.

"제 이름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사건이 아니잖아요. 잘 모르고 있었는데 팬 분께서 걱정을 해주시니 안심하라고 '아니에요'라고 답을 달았죠. 그런게 그게 기사가 나더라고요. 100개 이상이요. 그제서야 심각성을 알았죠. 처음엔 '이게 기사거린가?' 싶었어요."


YG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이 만료된 후 고준희는 심각성을 인지하고 홀로 변호사를 찾아 나섰다. "변호사는 제가 조금이라도 사건과 관련이 있으면 솔직하게 얘기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전혀 없었어요. 처음 그 사건을 언급한 방송사는 XXX로만 나왔기 때문에 고소를 할 수 없더라고요. 방송을 다시 봤는데 제가 봐도 이게 저인지 모르겠더라고요."

"저를 그 클럽에서 봤다는 댓글 하나 없다고 변호사가 그러더라고요. 고준희가 아니란 걸 알고 대응하겠다 했는데 고소할 수 있는 사람은 루머를 만든 악플러 밖에 없다는 거에요. 솔직히 다 고소하고 싶었어요. 왜 내가 일을 못하고 하차 통보를 받아야 하나 싶었어요. 답답하고 미칠 것 같았지만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요."

고준희를 한순간 루머의 주인공으로 만든 것은 바로 뉴욕에서 촬영한 사진이었다. "제 인스타그램에 사진 올릴 수 있잖아요. 저도 뉴욕 가서, 맛집 가서 태그 할 수 있잖아요. (웃음) 사진 몇장으로 제가 이렇게…저 그 사진 지우지도 않았어요."

그에게 2015년은 가장 바쁜 해로 기억된다. 그래서 승리, 그리고 '버닝썬' 클럽과 한 카테고리에 묶이는 것이 어이 없을 정도다. 당시 고준희는 '그녀는 예뻤다'를 종영한 뒤 화보 촬영을 했고, 또 중국으로 드라마 촬영을 떠났다. "쉬지 않고 일을 계속 하고 있었어요. 저보다 7살~8살 어린 사람들과 제가 왜요? 저는 '버닝썬', '아레나'가 어디있는지도 몰라요. 제가 뭘 얻고자 거길 갔겠어요."


2001년 SK 스마트학생복 모델 선발대회 금상을 받으며 연예계에 데뷔한 고준희는 이번 사건을 통해 '성숙'해졌다고 자신을 평가했다.

"저는 자존감이 뛰어난 사람이에요. 오랜 연예계 생활을 하며 더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강한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이번 일로…더 강해지진 않았어요. 정신을 차리고 혼자 일을 처리해야 했거든요. 하지만 성숙해진 것 같습니다. 혼자 조용히 쓰담쓰담 하며 '괜찮은데', '성숙해졌는데' 이런 생각을 하고 다독였어요."

승리의 '버닝썬' 사태가 발발한지 1년이 지났다. 정준영과 최종훈은 집단 성폭행 혐의로 징역 6년, 5년을 선고 받고 법의 철퇴를 맞았다. 하지만 현재에도 버닝썬을 둘러싼 의혹은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고준희와 같은 억울한 피해자들만이 남았다.

고준희는 앞으로 예능, 드라마 등을 통해 다시 활발히 활동할 예정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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